마통 100조원 끌어다 쓴 정부…이 정도면 한은 사금고화?
SBS Biz 신다미
입력2023.08.14 10:46
수정2023.08.14 14:13
[대정부 일시대출금 이자액 (사진=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경기와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세금이 예상만큼 많이 걷히지 않자, 정부가 올해 들어서만 한국은행에서 100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3년 내 가장 큰 대출 규모로, 이미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천1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오늘(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모두 100조8천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한은이 과거 연도별로 같은 기간 일시 대출액과 비교한 결과,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래 13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이미 지난해 전체 누적 일시 대출액(34조2천억원)의 2.94 배에 이르고,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갑자기 돈 쓸 곳이 많아진 2020년 1∼7월(90조5천억원)의 대출액도 넘어섰습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입니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올해 정부가 13년 만에 가장 많이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6월까지 정부의 총수입(296조2천억원)에서 총지출(351조7천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월 말 기준 55조4천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마이너스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한도가 있는데, 올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들어 7월까지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왔습니다. 7월 말 현재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으로, 100조8천억원을 빌렸다가 일단 모두 상환한 상태입니다.
정부가 올해 들어 6월말까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천141억원(1분기 642억원+2분기 499억원)에 이릅니다. 역시 전산 통계가 존재하는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고, 이렇게 풀린 돈이 시중에 오래 머물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은 금통위도 '정부는 일시적 부족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한다',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등의 일시대출 '부대조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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