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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우려커지는데…범죄피해지원금 중복지급 안 된다?

SBS Biz 오정인
입력2023.08.11 12:46
수정2023.08.11 21:27

[지난 10일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성남6)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중 한 가족의 사례를 전했다. (사진: 이기인 도의원 페이스북 화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의 6일 간 입원비가 13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범죄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구조금(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가 있어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1일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성남6)은 피해 여성 부모를 만나 전달받은 병원비 내역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 도의원은 "6일 입원 1천300만원, 지난 9일 아주대병원 응급외상센터에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 뇌사 상태에 빠진 스무살 여학생의 부모가 보여준 병원비"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명 치료를 선택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병원비가 들지 짐작도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3일 서현역 AK플라자 쇼핑몰 내 흉기난동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피의자가 운전하던 차량이 인근 인도로 돌진하면서 행인 5명을 덮쳤습니다. 이 중 2명이 뇌사 상태에 빠졌고 가장 먼저 차에 치인 60대 여성은 끝내 사망했습니다. 

이 도의원은 "사망한 피해자도, 이 청년(20대 여성)도 피의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사고를 당했다"며 "(가족들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울한데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범죄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범죄피해자지원 제도를 마련해 구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 검찰 홈페이지 화면)]

현행법상 검찰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원상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범죄피해구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사망이나 장해·중상해 피해를 입은 범죄피해자에게 지금하는 일종의 지원금입니다. 지난 2015년 1월 14일부터 치료비·심리치료비·생계비·학자금·장례비 등에 쓸 수 있도록 지급하고 있습니다.

치료비의 경우 5주 이상 진단을 받은 경우 피해자 1인당 연 1천500만원, 총액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됩니다. 생계비는 범죄로 인해 생계가 곤란한 경우 매달 범죄피해자 1인 50만원, 2인가족 80만원, 2인초과 시 1인당 20만원씩 증액해 6개월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학자금은 초등학교 50만원, 중학교 80만원, 고등·대학교 100만원을 학기당 1회씩 최대 연 2회 지급하며, 장례비는 사망한 피해자 본인 1인당 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받을 수 있는 구조금은 치료비 총액 5천만원 한도 안에서 연 1천500만원입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피해자 개인이 가입한 상해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으로도 보상이 가능하지만, 현재 입원 중인 20대 여성은 따로 가입해둔 보험이 없다는 게 이 도의원의 설명입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배상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등 일부 법령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에는 범죄피해자 구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사진: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

더구나 이번 사고가 '교통사고'로 분류된 점도 피해자 가족들에겐 부담을 더 키웠습니다. 상대방(피의자) 보험사에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는 현행법상 범죄피해구조금 예외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도의원은 "상대방(피의자)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지급되는 보상금은 1천500만원 수준이지만, 구조금과 중복 지급이 불가능하다"며 "구조금과 보험금 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20대 여성이 가입한 보험도 없는 상태여서 가해자와의 민사소송은 까마득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빠른 시일 내 바뀌긴 쉽지 않다"며 "또 구조금 지원한도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정부 추가 예산이 필요한 일이어서 역시 요원하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서현역 사고 이후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식 흉기난동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이 도의원은 '경기도 이상동기 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묻지마식 범죄'(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조례안에는 이상동기 범죄 피해자의 의료지원과 사회적 자원 연계, 법률 지원, 후유증 지원, 사후 모니터링과 그밖에 경기도지사가 인정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 규정이 담길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대상 기준 등은 향후 세부 시행규칙에 명시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추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통해 회수할 수 있다는 규정도 담기로 했습니다.

이 도의원은 "물론 이 부분에 세금이 투입되는 데 대한 의견이 나뉠 수 밖에 없고, 가해자가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우선 하되 나중에 가해자에게 추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조례안에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례안은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경기도의회 제371회 임시회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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