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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매각 3년 제자리…실패 시 대한항공 지배구조 흔들

SBS Biz 김정연
입력2023.08.08 17:45
수정2023.08.10 20:31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한 게 지난 2020년 11월이니까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좀처럼 진전이 없다 보니 업계에서는 분할매각이나 3자매각 등 다양한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연 기자,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꽤 지지부진한데 왜 이런 겁니까?

대한항공으로선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과 EU가 요구하고 있는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과 주요 여객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은 2021년 아시아나 항공운송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주요 사업입니다.

또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5월 미국에 국내 항공사에 일부 장거리 노선을 주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결국 심사를 통과하려면 꽤 많은 노선들을 외국 항공사에 넘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정조치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심사를 통과하려면 사실상 아시아나의 알짜 사업들을 대부분 내놔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이렇게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인수가 불발되면 아시아나뿐 아니라 대한항공도 타격이 큽니다.

외신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국에서 합병 로비 자금으로만 7억 원을 썼습니다.

또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이 10%가 넘는데요.
 

합병이 무산되면 산업은행이 이 지분을 보유할 명분이 사라져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항공업에 대한 여러 가지 불안적 요소들도 겪었기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이고. (그리고) 산업은행이 투자한 자금을 다시 회수했을 때 지배구조라든지 경영권 문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주체들이 대한항공 측, 한진칼 쪽….]

한진칼은 최근 서소문사옥 건물과 토지를 대한항공에 2,600억 원에 매각했는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에 아시아나를 매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 않습니까?


일단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는데요.

다만 아직 대한항공의 인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다른 원매자를 찾아 매각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어 밝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미 HD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실패했던 산업은행은 이번에도 아시아나를 매각하지 못하면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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