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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 지각변동 시작됐다…우리은행, 미래에셋증권에 덜미

SBS Biz 김동필
입력2023.08.07 12:36
수정2023.08.07 17:15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시작됐습니다. 금융권의 거대공룡인 은행보다 더 많은 자금이 증권사로 향하면서 적립금 순위가 손바뀜했습니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정식 시행 이후 진행 중인 퇴직연금 유치전에서 증권사 퇴직연금의 다양한 선택지가 시장에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삼성생명·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IBK기업은행·미래에셋증권·우리은행 순
오늘(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통계에 따르면 2분기(4~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1조 7천56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19조 5천407억 원에서 6개월 만에 2조 2천153억 원의 자금이 몰린 겁니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20조 원을 넘긴 최초의 증권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 시장 순위도 바뀌었습니다. 기존 6위인 우리은행을 미래에셋증권이 넘어선 겁니다.

우리은행의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1조 3천34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말 기준 20조 4천155억 원에서 6개월 간 8천87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6위 자리를 내주게 됐습니다.

증권사가 자산 규모가 더 큰 은행보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그간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금융사는 은행 등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2022년 말 기준 20조 원을 넘긴 건 삼성생명과 5대 은행뿐,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들어 치고 나오면서 우리은행을 제친 데 이어 5위인 IBK기업은행(22조 9천590억 원)도 뒤쫓고 있습니다.

올해 적립금을 쌓는 추이를 고려하면, 연말엔 삼성생명(44조 9,812억 원), 신한은행(36조 7,475억 원), KB국민은행(33조 6,491억 원), 하나은행(29조 4,897억 원)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증권업계 전체로 봐도 증권업권에 대한 자금 유입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업권의 적립금 규모는 2분기 말 기준 79조 1천534억 원으로, 지난해 말(73조 8천467억 원) 대비 5조 3천67억 원 증가했습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9%로 전년 말 22.3%와 비교해 0.6% 포인트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은행(8조 5천627억 원)과 보험업권(2천206억 원) 모두 지난해 말보다 적립금은 많아졌습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은 51.5%에서 51.9%로 0.4% 포인트 늘었지만, 보험업권은 26.2%에서 25.2%로 1%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 보험·은행 비해 다양성·수익률↑
증권사 약진의 배경으론 다양성과 수익률이 꼽힙니다. 

먼저 증권사 퇴직연금은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더 다양한 편입니다. 

앞서 지난 7월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이 정식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었습니다. 

디폴트 옵션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계좌 내 적립금을 운용할 투자 상품을 미리 정해두고,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사전 지정한 디폴트 옵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하는 상품으로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습니다. 단, 새로운 적립금은 바로 새 투자 상품대로 운용되지만, 기존 상품으로 운용되던 적립금은 만기 이후 적용됩니다. 

관심이 늘어나면서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더 다양한 편인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 주목도도 올랐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은행과 증권사가 모두 투자할 수 있지만, 은행 계좌에선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없습니다. 또 리츠를 통한 부동산 투자도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로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익률 높은 점도 장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2분기 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저위험 이상) DC 퇴직연금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증권사가 6.72%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를 은행 6.27%, 보험 5.88% 순으로 기록했습니다. IRP에서도 증권 6.51%, 은행 6.06%, 보험 5.56% 순으로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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