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전시차라도 달래요"…8월까지 줄 선 법인 수퍼카 [산업 막전막후]

SBS Biz 신성우
입력2023.08.03 13:01
수정2023.08.03 16:19

[앵커] 

법인 차량은 감가상각비, 차량 유지비 등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세금을 덜 낼 수 있죠. 

그렇다보니 오너 등 개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해 악용하는 경우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선공약으로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부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안으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이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3억 원 이상의 법인 보유 슈퍼카들을 집계해 본 결과, 연두색 번호판의 공론화 이후부터 등록이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인들의 슈퍼카 보유 현황,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슈퍼카 보유가 많은 대표적 기업, 어디가 있습니까? 

[기자] 

지난 6월 말 기준, 남양연구소를 포함해 현대자동차 명의로 3억 원 이상의 승용차가 총 6대 등록돼 있습니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 벤츠 마이바흐 또 7억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시기를 살펴보면 지난해 1대 등록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5대가 등록됐습니다. 

현대차는 연구 개발 시 참고하기 위해 고가 차량들을 구매한 것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제네시스 등 차량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는 차원에서 슈퍼카 구매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앞선 설명처럼 현대차의 경우 업종의 특성상 고가의 차량을 보유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특별히 관계없는 업종에서의 슈퍼카 보유도 있죠? 

[기자] 

우선 LS그룹의 케이블 제조 계열사 LS전선은 지난 5월 3억 1천만 원 상당의 벤츠 마이바흐를 신규 등록했는데요. 

또 정유업을 하는 GS칼텍스도 지난해 11월 벤츠 마이바흐를 등록했고, 섬유 제조업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1년 약 6억 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등록한 바 있습니다. 

모두 의전용으로 구매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밖에 CJ그룹은 계열사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등에서 벤츠 마이바흐를 6대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특별히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업종에서 3억 원이 넘는 고가 차량을 구매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긴 한데, 최근 들어 특히 늘고 있죠? 

[기자]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차량 리스 및 렌털 업종' 외 법인이 보유한 3억 원 이상의 승용차는 총 601대로 집계됐는데요. 

시기별로 살펴보면, 연평균 30여 대에서 많게는 50여 대가 등록되다가 지난해부터 등록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2배가 넘는 96대가 등록됐고, 또 올해 상반기에는 반년 동안 115대가 등록돼 지난해 1년간의 등록을 벌써 뛰어넘었습니다. 

법인 명의로 값비싼 승용차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막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연두색 번호판을 공론화한 것이 지난해 1월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법인의 3억 원 이상 슈퍼카 등록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입니다. 

[앵커] 

법인들이 연두색 번호판 도입 이전 급하게 차량을 등록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연두색 번호판이 올해 안으로 도입되더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전에 등록된 차량은 번호판 부착 의무가 없습니다. 

현재 국토부가 행정예고를 준비 중인데, 예고 후 특별한 법 개정 없이 국무조정실의 규제 심사만 거치면 즉시 시행을 할 수 있는데요.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고 싶은 경우 가능한 빠르게 차량을 등록하면 되는 것이죠. 

저희가 차량 구매를 문의해 본 결과, 실제로 빠르게 차량을 받길 원하는 법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억 원이 훌쩍 넘는 슈퍼카임에도 이례적으로 전시차를 찾는 일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입차 매장 판매 직원 : 8월 말까지의 슈퍼카 등록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솔직히 지금. (번호판 관련해) 문의가 많죠. 전화가 많이 옵니다. (법인 명의는) 전시차 등을 (빨리) 가져가시지, 개인 명의는 상관없이 기다리실 것이고요.] 

[앵커] 

연두색 번호판에 대해 실효성이 있냐 하는 지적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기본적인 법 체계는 장래효, 즉 미래에 발생할 사안을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보니 연두색 번호판 도입 전 차량 등록을 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죠.

이밖에 연두색 번호판만으로는 법인 차량의 사적 이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번호판만 바꾼다고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주행 거리나 목적, 누가, 어디를, 왜 갔는지에 대한 것이나 연료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이런 것들을 수시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결국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지적되는 구멍을 어떻게 메우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신성우다른기사
확산되는 위기감…HD현대오일뱅크도 '임원 주 6일제' 도입
현대차 노조, 파업권 확보 이어 다음주부터 특근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