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건설 IN] 암흑기 지나자마자 LH, 또?…'순살'로 2년 만에 고개 푹

SBS Biz 안지혜
입력2023.08.03 13:01
수정2023.10.19 14:42

[앵커] 

치킨 먹을 때는 순살이 인기가 많지만 이 단어가 아파트에 붙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뼈대가 없는 아파트 이른바 '순살 아파트'가 다수 적발되면서 우리 집은 괜찮은지 요즘 불안해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특히 무주택 서민의 근심을 덜어주겠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발주한 아파트란 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더 큰 상황입니다.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이번 사태 원인과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안지혜 기자, 이번 사태 발단,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건이었죠? 

[기자] 

지난 4월이었습니다.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됐습니다. 

이유를 살펴보니 '무량판' 구조 안에 있어야 할 철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동일한 공법이 적용된 LH 발주 아파트를 국토교통부가 전수조사한 결과,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가운데 준공이 끝난 9곳 중 대부분이 현재 입주를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이미 들어가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나 곧 입주할 주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곳 중 양주회천 15단지의 경우 보강 철근이 있어야 할 154개 기둥 모두에서 해당 철근이 없어 가장 큰 충격을 안겼는데요. 

입주 전인 입주민들 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까지 불안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근 단지 주민 : 불안하죠. 옆에 아파트니까 아무래도 무너지면 우리도 지장이 있을 것 같고 그렇죠. (검단)자이 아파트? 그 기사 보고 저희 동네는 안 나올 줄 알았었는데 바로 옆 아파트에서 전체 다 누락됐다고 하니까 옆 아파트인데도 좀 불안한 거는 사실인 것 같아요.] 

LH는 문제가 된 단지들에 대한 보강작업을 다음 달까지 모두 마칠 계획입니다. 

[앵커] 

앞으로도 걱정인 게, LH가 분양하는 아파트들 믿고 들어가서 살 수 있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가뜩이나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주택 공급과열인 상황에서 LH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덩달아 4월 주차장 붕괴 이후 오히려 신축 아파트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장유진 / 경기도 양주시 공인중개사 : 옛날 아파트를 찾는 분들이 좀 의외로 또 생기긴 한 것 같아요. 오히려 최근에 건설 자재비가 비싸지면서 이런 게 이슈가 생겼다고 생각들 하니까 오히려 지어진 지 좀 된 그 아파트들이 더 튼튼하다는 생각에….] 

[앵커] 

그런데 이번 사태의 원인이 건설업계의 LH 전관특혜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고요? 

[기자] 

한 시민단체의 주장인데요.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출신을 영입한 곳들이었고, 결과적으로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처리를 방치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감사원에 LH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는데, LH도 이례적으로 즉각 수용방침을 밝혔습니다. 

대통령까지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을 깨부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리면서, 추가로 LH에 대한 국토부 차원의 후속 감사나 고발 조치도 뒤따를 수 있어 보입니다. 

[앵커] 

실제로 LH가 퇴직 직원들이 속한 회사와 맺는 계약이 그렇게 많습니까? 

[기자] 

통계로 보면 그렇습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LH의 3급 이상 퇴직자 600여 명의 절만 이상이 관련 업계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런 상황이 전관예우에 따른 불공정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게 감사원 판단입니다. 

같은 기간 LH가 체결한 계약 5건 중 1건이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의 계약이었고요. 

2018년부터 3년 간은 건축설계 공모의 65%를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가 따냈습니다. 

[앵커] 

LH도 비상이 걸렸죠? 

[기자] 

네, LH도 긴급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는데요. 

앞으로 부실시공 업체가 한 번 적발되면 다시는 입찰할 수 없도록 하고, 부실시공 관련 업체들에 대해 민·형사 조치에 나섰습니다. 

[이한준 / LH 사장 (지난 2일) : (사업 공모 시) 전관이 없는 업체에 대해서 일정한 가점을 주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앵커] 

그러고 보니 LH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는 장면, 기시감이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LH 전·현직 직원들의 대규모 땅 투기 의혹 일명 'LH 사태'가 터진 게 불과 2년 전입니다. 

당시 LH는 '해체론'까지 정면으로 맞았고 이후 인력감축 등 고강도 혁신안을 내놓으며 2년 간 암흑기를 보냈는데요. 

지난해 말, 신임 이한준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다시 심기일전 중이었는데 또다시 최대 위기를 만난 겁니다. 

당시 대대적인 쇄신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형사태가 또 터졌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안지혜다른기사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 무산되나
국힘, 민생경제특위 발족…위원장 한동훈 등 10인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