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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본확충' 급한 불 끄려다…이자부담 불씨

SBS Biz 오정인
입력2023.07.28 15:20
수정2023.07.30 09:14


올 들어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과도한 채권 발행이 자칫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2조4천억원에 달합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얼어 붙었던 채권시장이 점차 풀리기 시작한 데다 올해부터 시행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자본성증권 가운데서도 후순위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만 신한라이프(3천억원)를 시작으로 푸본현대생명(980억원), KDB생명(900억원), 롯데손해보험(100억원) 등 4곳이 후순위채를 발행했습니다. 상반기 중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가 골고루 발행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을 조달할 때 후순위채 금리가 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더 적다"며 "IFRS17 하에서 후순위채도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비용을 더 들이면서까지 다른 수단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손보는 오는 31일 600억원, 한화생명은 다음달 2일 5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후순위채 금리 수준은 5% 안팎으로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보험사 부담이 적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같은 만기의 국고채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아 매력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반기에도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말 5.75%까지 올리고 내년까지도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단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과도하게 발행할 경우 미래 이자 부담만 떠 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융사들이 자본성증권 발행을 확대하면서 이자 지급액이 증가해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을 감소시켜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은은 자본성증권이 금융경제 여건에 따라 발행한 금융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자본 확충을 위한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 연구원도 "향후 보험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큰 이슈 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실적이 악화될 경우 결국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어 경계감은 상존하고 있다"며 "또한 요구자본의 최대 50%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그 한도에 도달하면 다음 단계(다른 조치)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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