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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쏠림에 쑥대밭 된 코스닥…'셀트리온·IT버블 데자뷔'

SBS Biz 김동필
입력2023.07.27 12:20
수정2023.07.27 16:56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아찔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던 어제(26일) 한없이 오를 것 같았던 '2차전지' 열풍의 이면이 장에 투영됐습니다.

오후 1시 10분쯤부터 50여분 만에 2차 전지 대부분 종목이 20% 이상 뚝 떨어지면서 시장에 '패닉'이 생긴 겁니다. 

증시에 몰리는 자금도 연내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속 이번 2차전지 열풍이 2018년 셀트리온 쏠림이나,  '닷컴버블'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5조 4천11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고점이자, 지난해 9월 1일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같은 날 기준 20조 원을 넘으며 '라덕연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합니다. 

투자자예탁금에 이어 신용거래융자 잔액까지 늘었다는 건, 우리 증시로 유입된 투자자 자금이 많아졌다는 점을 뜻합니다.

'50분 만에 70p 급락' 변동성↑…'2차전지' 쏠림 '우려' 
이런 상황 속 우리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제 코스닥 지수는 4.18% 내린 900.63에 마감했는데, 오후 1시 10분에서 오후 2시 사이 50분 만에 956.4에서 886.14까지 70포인트 급락하는 등 장중 변동성이 심했습니다.

이렇게 지수 전체가 흔들린 건 코스닥 시장에서 일부 2차전지 종목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세 종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중 40%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종목은 오후 1시쯤부터 오후 2시 사이 순식간에 20% 넘는 변동성을 보였는데, 덩치가 커진 이들 종목이 급락하면서 지수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겁니다.

2차전지 종목 과열에 대한 경고는 계속 있었습니다. 각 종목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겁니다.

주가의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PER 지표를 보면, 에코프로는 90배, 에코프로비엠 170배, POSCO홀딩스 26배, 포스코퓨처엠 380배 수준에 달합니다.

증권가에선 이미 에코프로 주가 전망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물론 2차전지 시장이 가진 잠재력은 너무 크지만, 그 수준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수치 등에 기반한 분석으론 주가를 이성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비이성적 과열' 구간에 놓여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사 분석 리포트도 지난 5월 19일 이후 두 달 가까이 멈춘 상태입니다.

"나만 2차전지 없나" 공포감 '유의'…'셀트리온·IT버블 데자뷔'  
시장에선 이면엔 'FOMO(Fear of Missing Out)'현상이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FOMO현상이란 '나만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뜻하는데, 주식시장에서 쓰일 때는 이 특정 종목 등이 폭등할 때 나만 수익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행동을 말합니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을 보면서 '나도 투자할까'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셀트리온이나 IT버블이 떠오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8~9만 원대를 오가던 셀트리온은 2018년 바이오주 붐을 타고 PER이 100배 넘을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36만 원까지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그러다 2018년 하반기 급격하게 조정을 받으면서 현재 14만 원대에 거래 중입니다.

박소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앞서 "코스닥150 동일가중지수(지수 구성종목의 편입 비중을 시가총액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구성한 지수) 상대 강도는 셀트리온 3형제에 대한 쏠림이 극심했던 지난 2018년 초반 수준까지 급락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IT버블 붕괴와 같은 급락장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닷컴버블의 주인공인 새롬기술 주식은 1999년 8월 공모가 2천300원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뒤 이듬해인 2000년 3월 28만 2천 원까지 급등하며 6개월 만에 150배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그해 말부터 곤두박질치며 5천 원대로 추락했습니다.

결국 이들 사례처럼 2차전지도 유망한 산업인 건 틀림없지만, 실적이 아닌 잠재력으로 끌어올려진 현재 주가 수준이 과도하기에 추가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한 발 떨어져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시장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져 있기 때문에 한 발 물러서서 이 변동성이 축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일부 종목뿐 아니라 증시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변동성이 완화되면 소외된 종목이나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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