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LG가문의 세 모녀가 제기한 상속분쟁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가족들의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이 핵심증거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최측근이 핵심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서울서부지법 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오늘(18일)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당사자인 구 회장과 세 모녀는 직접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에 들어가기 전 원고와 피고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심리와 입증 계획을 정하는 절차입니다. 

세 모녀(원고) 측 법률대리인 "상속 협의 과정에서 구연수씨를 제외한 일부 상속인들만으로 이뤄졌다"며 "김영식씨, 구연경씨는 내용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언이 있었다고 구광모 회장이 속였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세 모녀 측은 "피고(구광모)가 주식회사 LG주식을 모두 상속받는 다는 비상속인 유언이 있다고 기망했다. 이에 속아서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광모(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구연수씨가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 구체적 분할 내용에 대해 충분히 숙지시켰다고 했습니다. 구광모 측은 "한남동 자택에 방문해 분할동의서 내용을 읽어줬다고 스스로도 인정했다"며 "각자 몫이 정해져있었을 뿐이다. 스스로 의사로 합의했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2018년 11월 협의해서 재산을 분할했고 당시 재산의 명의 이전은 공시와 언론 보도까지 이뤄졌다"며 "그 무렵으로부터 4년이 훨씬 경과해 제기된 소는 제척기간 경과로 부적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민법 999조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양측은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최측근으로 상속재산분할 당시 LG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한 인물입니다. 

세 모녀 측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로 가족들과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녹취록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다만 가족 간 내밀한 내용이 있다며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구광모 회장 측이 "발췌본으로는 맥락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녹취록의 원본파일을 확인하겠다"고 주장하며 재판부가 원본파일을 변호인단에 한해 공유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다음기일인 10월 5일엔 하범종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부터 이어갈 예정입니다. 

한편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로,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습니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