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해외서 더 팔리는 현대차...디자인에서 출발했다 [디자인 곧 경쟁력]

SBS Biz 문세영
입력2023.06.22 14:40
수정2023.06.24 20:56

[현대차 '아이오닉6'(사진=SBS Biz 자료사진)]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가장 다채로운 발전과 지속적인 변화를 이끄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그런 현대차의 디자인은 어떻게 발전해 현재 '디자인 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을까요?

현대차의 시작, ‘포니’
현대차는 최근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취지로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이 전시는 대한민국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현대차 '포니'가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는 전시입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가 전시돼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현대차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포니 프로토타입과 함께 출품했던 모델입니다. 날렵한 쐐기 형상과 원형 헤드램프, 기하학적인 선으로 빚은 차체 등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이탈리아의 유명 카로체리아(이탈리아어로 '자동차 공방'이라는 뜻.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인 '이탈디자인'의 창업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의뢰해 받은 디자인입니다. 주지아로에 따르면, 당시 현대차는 외주사와 협력사도 많이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를 처음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주지아로는 당시 사정상 생산하기 쉽고 시장에서 자리 잡기에 유리하도록 각지고 단순한 스타일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결국 포니를 최대한 만들기 쉽게 설계했고, 8개월 만에 자동차를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지아로가 SF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타임머신 자동차로 등장했던 '들로리언 DMC-12'에 대해 자신이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이후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 현대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처음 공개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움직이는 연구소)인 'N 비전 74‘가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N 비전 74는 미래적인 디자인과 과거의 유산을 융합한 성공적인 예시로 평가받았습니다.
[현대차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현대자동차)]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탄생, YF 쏘나타현대차의 디자인 역사를 설명할 때, YF 쏘나타는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9년 9월 17일에 등장한 YF 쏘나타의 충격적인 디자인 이후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통일된 디자인 테마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유체처럼 흐르는 조각'이라는 뜻입니다. 마치 물이 흐르듯 자동차 전면에서부터 후면까지 자연스럽게 흐르는 유연하고 리듬감 넘치는 디자인입니다. 
[현대차 'YF소나타'(사진=현대자동차)]
YF쏘나타는 물과 바람의 흐름, 그리고 부드러우면서 힘이 있는 난초의 모습을 모티브로 디자인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마치 붓으로 그린 듯한 독창적이면서 강렬한 자유곡선 미학은 현대차만의 고유한 플루이딕 스컬프처 미학을 확실하게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쏘나타를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고, 경쟁 회사들도 황급히 자기 회사 제품의 디자인을 YF쏘나타와 같이 공격적인 분위기로 바꿔나갔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회사로 성큼 다가간 순간이었습니다.

제네시스로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잇다…그리고 등장한 ‘동커볼케'2013년 말 탄생한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보다 정제되고 품격 있는 디자인으로 발전시킨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최초로 적용된 모델입니다. 

이런 제네시스의 명맥을 잇고 새로운 철학을 담고자 2015년 11월에는 푸조,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폭스바겐 그룹 출신 디자이너를 역임한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하게 됩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자동차그룹 최고창의책임자(CCO, 사장)(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디자인의 대전환의 중심에 있던 제네시스 디자인의 수장인 동커볼케는 정의선 회장이 상당히 공을 들여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커볼케가 현대차에 합류한 후 2017년 9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해 큰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i30 3세대와 코나, 그랜저 IG 등에서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캐스케이딩 그릴이 현대차 디자인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용광로에서 쇳물이 흐르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고, 차종마다 차이가 있으나 헥사고날(육각형) 그릴의 하단 양쪽 사선에 안쪽으로 굴곡을 준 형태입니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신규 모델인 중형 럭셔리 세단 G70은 현재 제네시스 시그니처가 된 '쿼드 램프'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G70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 모델이었던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판매량을 훌쩍 앞서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습니다. 이 차는 이듬해에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지로 꼽히는 미국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올해의 차'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동커볼케 사장은 이후 출시된 준대형 세단 G80과 준대형 SUV GV80에 이르기까지 제네시스의 패밀리 룩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그가 재임 중 출시한 차량들은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분류되는 iF, 레드닷, IDEA 디자인상을 대거 수상했습니다. 동커볼케도 지난 4월에는 美 뉴스위크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현대차 '제네시스 G80'(사진=SBS Biz 자료사진)]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도래에 앞서 다음 스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고 구동축이 없어서 디자인 레이아웃 자체를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런 창의성이 디자인으로 세계의 극찬을 받는 아이오닉 5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고객의 생활을 넓혀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플랫폼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문세영다른기사
장관 관용차가 '당근'에?…與 "범죄 행위"
침수 반지하 사들인다더니…"3년 간 47가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