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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IN] 1조 벌어 편법승계 벌금 600억…원희룡의 분노

SBS Biz 김정연
입력2023.06.22 13:01
수정2023.06.22 14:51

[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의 두 아들 회사에 수조 원을 부당 지원한 호반건설에 과징금 600억 원 처분을 내렸습니다. 



오랜 기간 막대한 수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경영 승계를 마쳤는데, 정작 과징금은 너무 낮다 보니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아니었냐는 논란이 나오는데요. 

급기야 원희룡 장관이 한 마디에 나섰고, 국토교통부까지 호반건설에 총을 겨누고 있습니다. 

김정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논란의 배경부터 짚어보죠. 호반건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한 겁니까? 



[기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호반건설은 계열사와 협력사 등을 동원한 이른바 '벌떼 입찰'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서 많은 물량을 확보했고요. 

이렇게 얻은 알짜 부지들을 창업주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두 아들 회사에 모두 넘겼습니다. 

장남 김대헌 사장과 차남 김민성 전무가 100% 지분을 가진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그리고 그 자회사 등입니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이 회사들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수조 원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호반건설주택은 모회사인 호반건설보다도 많은 수익을 냈는데요. 

2018년 호반건설이 이 회사를 인수할 때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이 덕에 장남 김대헌 사장은 합병 이후 호반건설 지분 55%를 자연스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처분을 하긴 했는데, 그런데도 처분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과 계열사들에 부과한 과징금이 총 608억 원인데요. 

계열사들이 호반건설로부터 알짜 부지를 받아 벌어들인 수익이 총 1조 4천억 원입니다. 

과징금이 수익의 3%도 채 되지 않는 겁니다.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편법 승계가 이뤄지면서 이들은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계열사 부당 지원을 통해 사익 편취와 편법 승계 등이 동시에 이뤄진 케이스치고는 과징금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법인들만 과징금을 물게 됐을 뿐 부당 지원 행위가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공소시효인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김상열 회장 등 총수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번 처분 논란에 대한 공정위 입장은 뭡니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이들이 부지로 벌어들인 수익 1조 4천억 원 중 아버지 회사가 지원해 준 돈과 아들 회사들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번 돈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금액을 알 수 없을 경우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과징금 처분은 회사당 최대 20억 원에 불과합니다. 

또 공정위는 벌떼 입찰을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에 초점을 두고 과징금을 산정했고요. 

'벌떼 입찰' 자체는 공정위 소관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과징금 산정 기준에 넣지 않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 (수익 중) 본인들이 노력한 부분이 있잖아요. 다 그걸 과징금의 대상으로 할 순 없으니까. 지원금 규모가 밝혀지지 않아서 정액 과징금으로 간 거고, 벌떼 입찰에 대해서 행정적으로 (처분)하는 건 국토부 입장이라서…] 

이번 과징금 규모는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 중에서는 세 번째로 많은 과징금이긴 합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말 화가 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반발했습니다. 

[앵커] 

원 장관의 발언 분위기를 보니 국토부 차원에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겠네요? 

[기자] 

국토교통부에 확인해 보니 국토부는 원희룡 장관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지난 16일부터 2018년 이전의 호반건설과 관련 회사들에 대한 별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와 다르게 '벌떼 입찰' 자체에 초점을 맞춰 불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겁니다. 

국토부는 현재 조사 대상으로 정할 기업들을 선별 중이고요. 입찰에 동원된 회사 중 유령 회사가 있었는지 등 건설사업법 위반 사안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호반건설의 '벌떼 입찰'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지난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이 호반건설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다른 건설사들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공정위는 우미건설과 중흥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 등의 과거 '벌떼 입찰' 사례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요. 

원희룡 장관이 "벌떼 입찰을 원천봉쇄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만큼 국토부도 차원에서도 건설사들에 대한 관련 조사나 처분이 더 확대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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