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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낼 때 폼 나더라" 프리미엄에 올인, 혜자카드는 '실종'

SBS Biz 오정인
입력2023.06.19 11:29
수정2023.06.20 08:53


카드사들이 고소득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연회비에 적립·할인 혜택으로 입소문을 탄 이른바 '혜자카드'가 줄줄이 발급 중단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카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분위기입니다. 

글로벌 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와 독점계약이 종료된 삼성카드는 지난 3월 'THE iD.'(디아이디)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비자·마스터카드와 협업한 프리미엄 카드로 공항라운지 이용권과 호텔·골프·면세점 관련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카드에 따라 연회비는 20만원대에서 최대 70만원대까지로 나뉩니다.

지난 4월 현대카드는 아멕스의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 단독 발급을 시작했습니다. 아멕스의 상징인 '센츄리온'(로마군 지휘관) 이미지가 담긴 아멕스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카드로 전세계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 다이닝·패션·엔터테인먼트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카드 종류에 따라 연회비는 10만원, 30만원, 100만원입니다.

최근 KB국민카드도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올해 초 선보인 '헤리티지 스마트'에 이어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헤리티지 리저브'를 선보이며 '헤리티지'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익스클루시브는 연회비가 200만원으로, 최상위 1% 고객을 대상으로 합니다. 별도 자격 기준심사를 거쳐야만 발급이 가능합니다. 헤리티지 스마트 연회비는 20만원, 리저브는 80만원입니다.

현재 우리카드도 글로벌 호텔그룹 아코르와 프리미엄 제휴카드 개발 업체 공모에 나서며 시스템 개발을 준비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프리미엄 카드는 '초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2030세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나오기 시작했다"며 "연회비가 20만원대 전후인 상품들은 대체로 젊은 고객 니즈에 맞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장년층과 같은 특정 계층이 아닌 전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최근 프리미엄 카드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고객 유입 뿐만 아니라 해당 카드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기대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상위 1%, 우량 고객 유입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최근 신한카드는 학원비 특화 카드로 알려진 '신한 레이디 클래식' 카드 발급을 중단했고, KB국민카드는 탄탄대로 올쇼핑을 포함한 10종의 카드를 단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발급을 중단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대체로 상품을 재정비하려는 게 주요인"이라면서도 "입소문을 탄 혜자카드는 전체적인 고객 유입에 효과적이지만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혜자카드' 발급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종되기 전에 일단 발급 신청을 해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카드업계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1분기 실적이 일제히 감소한 만큼 비용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을 보면 일반적으로 다수의 고객들이 이용하기 보단 특정 계층에 타깃화된 것이 많다"며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 등 최근 상황을 고소득, 우량 고객 유입을 통해 만회해 나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최고의 품질과 성증을 갖춘 물건을 일컫는 '하이엔드'(high end) 마케팅을 당분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서 교수는 "비용 부담만 큰 혜자카드보다는 소비액도 크고 충성도도 높은 우량 고객을 모으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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