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인, 황반변성 효과 제한적…오히려 '해산물' [의술, 이게 최신]
SBS Biz 이광호
입력2023.06.16 15:42
수정2023.06.17 20:42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불리는 병입니다. 이 중 50세 이상 성인이 실명하게 되는 1위 질환은 황반변성입니다. 2021년 기준 황반변성 환자 수는 약 38만명으로, 이 중 10%는 실제로 실명을 우려해야 하는 중증 단계 환자들로 추산됩니다.
황반변성은 특별한 통증이 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증상은 직선이 휘어 보이게 왜곡되는 증상입니다. 이후 증상이 심해지면 점차 시력이 떨어지다가 시야의 중심부부터 까맣게 보이지 않게 되고, 방치하면 수년 내로 실명합니다.
황반변성의 원인과 분류
흡연과 비만, 고혈압 등도 영향을 미치고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노화입니다. 우리 눈 속의 시세포는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일종의 '탈피'를 합니다. 그렇게 남은 껍질은 노폐물이 되고, 그것을 잡아먹고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나이가 들면 노폐물을 잡아먹는 능력이 약해지면서 눈의 중심부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입니다. 이렇게 쌓인 노폐물을 '드루젠'이라고 합니다.
초기에 드루젠이 쌓이는 동안의 황반변성을 '건성 황반변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폐물이 쌓이다가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습성 황반변성'이라고 합니다. 대략 10%의 환자가 이렇게 습성으로 증상이 심화됩니다.
건성 황반변성 상태로 노폐물이 계속해서 쌓이다가 그대로 주변 세포를 망가뜨리기 시작하는 증상도 있습니다. 안구에 무작위 한 패턴의 지도 모양으로 변형을 일으킨다고 하여 '지도형위축'이라고 부릅니다(위 사진의 우측 위). 이 역시도 실명으로 이어집니다. 습성 황반변성과 지도형위축의 환자 비율은 대략 4대 1입니다.
이 밖에 황반변성의 진행도를 놓고 초기와 중기, 후기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루테인의 '거짓된 환상'
황반변성의 가장 흔한 대응책을 '루테인'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①루테인·지아잔틴은 단독 복용으로 황반변성의 효능을 입증한 적이 없습니다. ②루테인·지아잔틴은 황반변성의 '예방' 효과를 입증한 적도 없습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급격한 유명세를 탄 건 미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역학조사 때문입니다. 'AREDS'라 불리는 조사로, 아직도 이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진 추가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기 황반변성 이후의 환자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입증된 영양제가 있습니다. 이 영양제 성분 중에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학조사에 활용된 영양제는 루테인과 지아잔틴, 비타민C와 비타민E, 구리와 아연을 합친 영양제였습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단독으로 실험한 경우는 이제까지 AREDS만큼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최근 여러 업체가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루테인의 순도 역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었습니다.
[김상진 /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복용하면 황반의 색소 밀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그런 성분의 음식을 많이 먹으면 황반변성에 덜 걸린다는 연구도 있고요. 그건 오메가3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AREDS 연구가 진행된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역학조사를 해 보니, 비타민C, E, 구리, 아연을 잘 섭취한 환자군에선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추가적으로 먹느냐 안 먹느냐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메가3도 마찬가지였고요.]
생선, 위험도 최대 29% 낮춰
오히려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연구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입니다. 동양인인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식단이죠. 많은 채소와 함께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 식단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식단을 먹었을 때 황반변성의 진행이 늦춰진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 결과(Adherence to the Mediterranean Diet and Progression to Late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in the Age-Related Eye Disease Studies 1 and 2, Tiarnán D. Keenan 등)를 보면, 지중해식 식단을 잘 먹는 상위 집단은 하위 집단에 비해 후기 황반변성의 위험이 22% 낮았습니다(위험비 1대 0.78).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은 16% 낮아졌고, 특히 지도형위축의 위험은 29% 줄어들었습니다.
이들 음식에 포함된 오메가3 등의 영양소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왜 영양제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또 정확히 어떤 영양소가 어떤 방식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눈에 맞는 주사…시력저하 멈춰
영양제도, 식단도 결국은 진행을 '늦추는' 방법입니다.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황반변성의 진행을 완전히 막긴 어렵습니다. 결국 습성 황반변성 등으로 진행돼 실명을 걱정할 시점이 옵니다. 다행히, 습성 황반변성엔 지난 몇 년간 유명한 치료제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루센티스, 아일리아 등 연간 전 세계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약들입니다.
그보다 앞서 '아바스틴'이라는 약이 있었습니다. 주로 대장암에 쓰는 항암제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용감한 의사들이 이론적으로 이 약이 황반변성에 효능을 보일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눈의 혈관에는 외부 물질을 차단하는 장벽이 있습니다. 팔뚝에 주사를 놔 봐야 눈으로 약물이 침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의사들은 안구에 직접 아바스틴을 주사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가 나왔습니다. 시력저하가 완전히 멈춘 겁니다.
이 약은 '제넨텍'이란 미국 회사가 개발했습니다. 의사들의 시도로 가능성을 발견한 제약사는 즉각 연구에 착수, 정식으로 황반변성에 효능을 내는 약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루센티스'입니다. 아바스틴보다 분자 크기를 작게 만들어 반감기를 줄였습니다. 혹시나 눈에만 영향을 미쳐야 할 치료제가 체내로 퍼져 부작용을 낳는 걸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후엔 아일리아가 등장했습니다. 아일리아는 반감기가 상대적으로 긴 약물입니다. 루센티스에 비해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주기가 길어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3개월마다 눈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환자의 공포를 조금은 덜어줄 거란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사용 결과, 두 약의 반감기나 사용 주기 모두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아주 특이한 환자를 제외한다면 어떤 약을 사용하든 큰 격차는 없습니다.
[박규형 /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일정 간격으로 주사를 맞으면 시력이 계속 유지됩니다. 다만 보통 6~7년 지나면 환자들이 계속 와서 주사 맞기 힘들잖아요. 그러면 주사 횟수를 줄이게 되고, 시력이 다시 떨어집니다. 10년 정도 추적관찰하면 대부분 시력이 좋아졌다가 처음의 상태로 돌아오는데, 그래도 좋아졌다가 처음의 상태로 떨어지면 10년 동안 변화가 없는 거잖아요. 치료를 안 하면 시력이 처음부터 떨어지는 건데. 그러니까 충분히 이점이 있는 거고. 만약 계속 주사를 잘 맞는다면 시력은 계속 유지됩니다.]
이후엔 새로운 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슈가 개발한 '바비스모'는 지난해 1윌 미국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약은 첫 투약 때만 1개월마다 4회를 맞고, 이후엔 4개월에 1번씩을 맞으면 됩니다. 주사를 맞지 않는 입장에선 고작 1개월 주기를 늘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기적으로 주삿바늘을 눈앞에서 봐야 하는 환자들에겐 적지 않은 이익입니다.
효능 면에서 압도적인 약도 있습니다. 2021년 국내 허가를 받은 노바티스의 '비오뷰'입니다.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강력해, 루센티스나 아일리아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까지 효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효능만큼 부작용도 컸습니다.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시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생겼습니다.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됩니다.
'지도형위축' 첫 치료제 등장
앞서 이야기한 치료제는 모두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제들입니다. 건성 황반변성 그대로 상태가 악화된다고 앞서 말씀드린 '지도형위축'은 최근까지도 아무런 치료제가 없었습니다. 손쓸 수도 없이 실명을 기다렸던 이 질환에도 올해 들어 첫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입니다.
이 치료제는 보체인자를 억제하는 약입니다. 보체란,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일종의 면역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단백질들을 뜻합니다. 골수나 림프에서 만들어지는 주된 면역세포가 최전선에서 싸우는 동안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황반변성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특정 보체인자에 변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역으로 억제시키는 방식으로 효능을 봤습니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들은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식으로 염증과 부종을 막아냈습니다. 그래서 혈관 변형이 없이 조직만 파괴되는 지도형위축엔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보체인자를 조절해 병을 치료한다는 아이디어가 현실에 처음 구현된 겁니다. 기존 치료제의 개선 수준이 아닌, 아예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치료 효능이 매우 뛰어나진 않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보다 지도형위축이 커지는 속도가 10~20% 정도 느려지는 데 그쳤습니다. 시력 저하를 완전히 막아낸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들보단 아쉬운 성적이죠. 다만, 앞서 언급했듯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린 만큼 추가적인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연구는 어디로
치매와 황반변성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연구도 활발합니다. 황반변성에 걸린 사람이 치매에도 많이 걸린다는 건 오래전부터 통계로 입증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황반에 쌓인 노폐물과 치매 환자의 뇌에서 유독 많이 발견되는 물질의 유사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치매의 대표 물질로 추정되고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대표적입니다.
노화로 인한 분해배출 능력 저하로 눈과 뇌에 같은 종류의 노폐물이 쌓이게 되고, 이게 각각 황반변성과 치매로 이어진다는 추론이 가능하죠. 원인이 같다면 치료제가 같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정확한 상관관계가 분석된다면 위험에 빠진 시력과 분별력을 모두 찾아 주는 치료제가 등장할 수도 있게 되는 셈입니다.
황반변성은 특별한 통증이 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증상은 직선이 휘어 보이게 왜곡되는 증상입니다. 이후 증상이 심해지면 점차 시력이 떨어지다가 시야의 중심부부터 까맣게 보이지 않게 되고, 방치하면 수년 내로 실명합니다.
황반변성의 원인과 분류
흡연과 비만, 고혈압 등도 영향을 미치고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노화입니다. 우리 눈 속의 시세포는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일종의 '탈피'를 합니다. 그렇게 남은 껍질은 노폐물이 되고, 그것을 잡아먹고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나이가 들면 노폐물을 잡아먹는 능력이 약해지면서 눈의 중심부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입니다. 이렇게 쌓인 노폐물을 '드루젠'이라고 합니다.
[자료=질병관리청]
초기에 드루젠이 쌓이는 동안의 황반변성을 '건성 황반변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폐물이 쌓이다가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습성 황반변성'이라고 합니다. 대략 10%의 환자가 이렇게 습성으로 증상이 심화됩니다.
건성 황반변성 상태로 노폐물이 계속해서 쌓이다가 그대로 주변 세포를 망가뜨리기 시작하는 증상도 있습니다. 안구에 무작위 한 패턴의 지도 모양으로 변형을 일으킨다고 하여 '지도형위축'이라고 부릅니다(위 사진의 우측 위). 이 역시도 실명으로 이어집니다. 습성 황반변성과 지도형위축의 환자 비율은 대략 4대 1입니다.
이 밖에 황반변성의 진행도를 놓고 초기와 중기, 후기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루테인의 '거짓된 환상'
황반변성의 가장 흔한 대응책을 '루테인'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①루테인·지아잔틴은 단독 복용으로 황반변성의 효능을 입증한 적이 없습니다. ②루테인·지아잔틴은 황반변성의 '예방' 효과를 입증한 적도 없습니다.
[미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이뤄진 AREDS 역학조사]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급격한 유명세를 탄 건 미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역학조사 때문입니다. 'AREDS'라 불리는 조사로, 아직도 이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진 추가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기 황반변성 이후의 환자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입증된 영양제가 있습니다. 이 영양제 성분 중에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학조사에 활용된 영양제는 루테인과 지아잔틴, 비타민C와 비타민E, 구리와 아연을 합친 영양제였습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단독으로 실험한 경우는 이제까지 AREDS만큼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최근 여러 업체가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루테인의 순도 역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었습니다.
[김상진 /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복용하면 황반의 색소 밀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그런 성분의 음식을 많이 먹으면 황반변성에 덜 걸린다는 연구도 있고요. 그건 오메가3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AREDS 연구가 진행된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역학조사를 해 보니, 비타민C, E, 구리, 아연을 잘 섭취한 환자군에선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추가적으로 먹느냐 안 먹느냐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메가3도 마찬가지였고요.]
생선, 위험도 최대 29% 낮춰
오히려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연구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입니다. 동양인인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식단이죠. 많은 채소와 함께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 식단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식단을 먹었을 때 황반변성의 진행이 늦춰진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 결과(Adherence to the Mediterranean Diet and Progression to Late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in the Age-Related Eye Disease Studies 1 and 2, Tiarnán D. Keenan 등)를 보면, 지중해식 식단을 잘 먹는 상위 집단은 하위 집단에 비해 후기 황반변성의 위험이 22% 낮았습니다(위험비 1대 0.78).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은 16% 낮아졌고, 특히 지도형위축의 위험은 29% 줄어들었습니다.
이들 음식에 포함된 오메가3 등의 영양소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왜 영양제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또 정확히 어떤 영양소가 어떤 방식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눈에 맞는 주사…시력저하 멈춰
영양제도, 식단도 결국은 진행을 '늦추는' 방법입니다.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황반변성의 진행을 완전히 막긴 어렵습니다. 결국 습성 황반변성 등으로 진행돼 실명을 걱정할 시점이 옵니다. 다행히, 습성 황반변성엔 지난 몇 년간 유명한 치료제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루센티스, 아일리아 등 연간 전 세계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약들입니다.
그보다 앞서 '아바스틴'이라는 약이 있었습니다. 주로 대장암에 쓰는 항암제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용감한 의사들이 이론적으로 이 약이 황반변성에 효능을 보일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눈의 혈관에는 외부 물질을 차단하는 장벽이 있습니다. 팔뚝에 주사를 놔 봐야 눈으로 약물이 침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의사들은 안구에 직접 아바스틴을 주사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가 나왔습니다. 시력저하가 완전히 멈춘 겁니다.
이 약은 '제넨텍'이란 미국 회사가 개발했습니다. 의사들의 시도로 가능성을 발견한 제약사는 즉각 연구에 착수, 정식으로 황반변성에 효능을 내는 약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루센티스'입니다. 아바스틴보다 분자 크기를 작게 만들어 반감기를 줄였습니다. 혹시나 눈에만 영향을 미쳐야 할 치료제가 체내로 퍼져 부작용을 낳는 걸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후엔 아일리아가 등장했습니다. 아일리아는 반감기가 상대적으로 긴 약물입니다. 루센티스에 비해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주기가 길어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3개월마다 눈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환자의 공포를 조금은 덜어줄 거란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사용 결과, 두 약의 반감기나 사용 주기 모두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아주 특이한 환자를 제외한다면 어떤 약을 사용하든 큰 격차는 없습니다.
[박규형 /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일정 간격으로 주사를 맞으면 시력이 계속 유지됩니다. 다만 보통 6~7년 지나면 환자들이 계속 와서 주사 맞기 힘들잖아요. 그러면 주사 횟수를 줄이게 되고, 시력이 다시 떨어집니다. 10년 정도 추적관찰하면 대부분 시력이 좋아졌다가 처음의 상태로 돌아오는데, 그래도 좋아졌다가 처음의 상태로 떨어지면 10년 동안 변화가 없는 거잖아요. 치료를 안 하면 시력이 처음부터 떨어지는 건데. 그러니까 충분히 이점이 있는 거고. 만약 계속 주사를 잘 맞는다면 시력은 계속 유지됩니다.]
이후엔 새로운 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슈가 개발한 '바비스모'는 지난해 1윌 미국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약은 첫 투약 때만 1개월마다 4회를 맞고, 이후엔 4개월에 1번씩을 맞으면 됩니다. 주사를 맞지 않는 입장에선 고작 1개월 주기를 늘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기적으로 주삿바늘을 눈앞에서 봐야 하는 환자들에겐 적지 않은 이익입니다.
효능 면에서 압도적인 약도 있습니다. 2021년 국내 허가를 받은 노바티스의 '비오뷰'입니다.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강력해, 루센티스나 아일리아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까지 효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효능만큼 부작용도 컸습니다.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시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생겼습니다.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됩니다.
'지도형위축' 첫 치료제 등장
앞서 이야기한 치료제는 모두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제들입니다. 건성 황반변성 그대로 상태가 악화된다고 앞서 말씀드린 '지도형위축'은 최근까지도 아무런 치료제가 없었습니다. 손쓸 수도 없이 실명을 기다렸던 이 질환에도 올해 들어 첫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입니다.
이 치료제는 보체인자를 억제하는 약입니다. 보체란,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일종의 면역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단백질들을 뜻합니다. 골수나 림프에서 만들어지는 주된 면역세포가 최전선에서 싸우는 동안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황반변성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특정 보체인자에 변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역으로 억제시키는 방식으로 효능을 봤습니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들은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식으로 염증과 부종을 막아냈습니다. 그래서 혈관 변형이 없이 조직만 파괴되는 지도형위축엔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보체인자를 조절해 병을 치료한다는 아이디어가 현실에 처음 구현된 겁니다. 기존 치료제의 개선 수준이 아닌, 아예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치료 효능이 매우 뛰어나진 않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보다 지도형위축이 커지는 속도가 10~20% 정도 느려지는 데 그쳤습니다. 시력 저하를 완전히 막아낸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들보단 아쉬운 성적이죠. 다만, 앞서 언급했듯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린 만큼 추가적인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연구는 어디로
치매와 황반변성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연구도 활발합니다. 황반변성에 걸린 사람이 치매에도 많이 걸린다는 건 오래전부터 통계로 입증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황반에 쌓인 노폐물과 치매 환자의 뇌에서 유독 많이 발견되는 물질의 유사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치매의 대표 물질로 추정되고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대표적입니다.
노화로 인한 분해배출 능력 저하로 눈과 뇌에 같은 종류의 노폐물이 쌓이게 되고, 이게 각각 황반변성과 치매로 이어진다는 추론이 가능하죠. 원인이 같다면 치료제가 같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정확한 상관관계가 분석된다면 위험에 빠진 시력과 분별력을 모두 찾아 주는 치료제가 등장할 수도 있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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