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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대출이 5천만원?…허술한 비대면 본인인증에 당했다

SBS Biz 지웅배
입력2023.06.12 13:18
수정2023.06.12 21:33


지난해 7월 A씨는 자녀인 척 가장한 B씨에게 본인 신분증 사진과 휴대폰 원격제어 권한을 넘겼습니다. B씨는 이를 통해 A씨가 한 번도 거래한 적 없는 C캐피털사에 4천800만원 대출을 받고 D저축은행의 계좌도 만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B씨는 각종 캐피털사에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다음 날 A씨는 한 캐피털사로부터 "본인이 대출을 신청한 것이 맞는지" 확인 전화를 받고서아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처럼 타인의 정보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금융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분증 발급일자만으로 본인확인을 하는 등 비대면 거래 시 허술한 인증 절차를 악용하는 방식입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관련 기준을 이행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2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비대면거래 고객확인의무 이행 참고기준'에 맞춰 ▲인증서 통한 본인확인 ▲실명확인증표(신분증) 사본 수령 또는 진위여부확인 ▲휴대폰 또는 신용카드 본인인증 ▲고객확인절차가 이행된 본인명의 계좌 송금 중 2가지만 거치면 됩니다. 

문제는 앞선 사례 역시 해당 기준을 충족했지만, 대출 사기는 피해 갈 수 없었단 점입니다. 피해자 A씨는 "여전사들이 찍어놓은 신분증 사진으로만 본인확인을 거친 상황"이라며 "특히 C캐피털사는 사진 확인도 없이 신분증 발급일자만 가지고 30분 만에 거액의 대출을 내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A씨는 해당 캐피털사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건 "본인확인 절차 의무를 다했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C캐피털사 관계자는 "여신협회의 기준에 맞춰서 본인확인을 거쳤다"며 "개선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법리적인 해석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필요한 본인인증 절차를 다 했으니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대출금을 갚지 않으려면 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A씨는 해당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없음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1일 1심에서 피해자 손을 들어준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원이 손을 들어준 이유는 진정 본인이 대출을 신청한 건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출받기 전 작성하는 약정서엔 B씨가 임의로 적은 직장이 서울로 적혀 있었지만, 정작 A씨가 사는 곳은 부산이었습니다. 아울러 과정에서 B씨가 캐피털사로부터 대출금을 받기로 한 계좌 역시 신규로 개설한 저축은행 계좌였습니다. 그간 거래 한번 없던 고객이 새로 계좌도 만들어 캐피털사에 거액의 대출을 요구한 셈입니다. 

C캐피털사는 기한인 오는 2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출 사기 피해에 비대면 거래의 본인확인 기준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용성 법률사무소 쿤스트 대표는 "C캐피털사의 경우 본인들이 확인 의무를 다 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안 됐다"며 "현재 본인확인 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금융위가 여전사의 약관 등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시정조치하는 등의 페널티를 주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 9월 '금융분야 보이스피싱 대응방안' 중 하나로 비대면 계좌개설 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는 9월까지 신분증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금융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카드사에서 카드를 발급받거나 캐피털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도록 해 신분증 진위여부 검증절차를 적용하겠단 것인데, 이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대면 거래가 잦은 여전사 대출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며 "본인확인을 신분증 사본뿐만 아니라 영상 통화 등으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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