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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인사이드] 대신증권이 쏘아올린 신용융자 이자 '0'…왜?

SBS Biz 김동필
입력2023.06.08 14:54
수정2023.06.08 15:21


대신증권이 업계 최초로 단기 신용거래융자에 대한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1~7일 구간의 이자율을 종전 5.75%에서 0%로 인하하기로 한 건데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3.5% 보다 낮은 이자율이란 파격 도전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대신증권은 어제(7일)부터 1~7일 구간의 대면·비대면 신용거래 이자율을 0%로 내렸습니다. 

그간 이벤트성으로 기준금리 이하로 신용거래 이자율을 내리는 시도는 있었지만, 대신증권의 결정처럼 기한의 정함이 없이 0%까지 내린 건 업계 최초입니다. 

대신증권은 이번 결정의 이유로 '장기 빚투로 인한 리스크 관리'를 꼽았습니다. 7일까지의 단기이자율엔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서 전체 신용거래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이에 최고구간인 90일 이상 구간도 0.25% 포인트 내린 9.5%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신용융자거래가 길어질수록 빚투의 위험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단기 신용거래의 비용을 낮춰서 장기 신용거래를 단기로 유도하면서도 고객수익률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이자장사에 집중하기보다는,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레버리지를 통한 단기 투자를 원하는 고객은 별도의 이자 비용부담 없이 추가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증권사 신용거래 이자수익 1분기 3602억 원…키움 1등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이자수익은 증권사들의 쏠쏠한 수입원 중 하나로 꼽힙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9개 사가 올 1분기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3천602억 원입니다. 직전 분기보다 2.86% 늘어난 수준입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전 분기보다 6.83% 오른 588억 원을 벌어들이면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 뒤를 미래에셋증권(554억 원), 삼성증권(545억 원), NH투자증권(420억 원), 한국투자증권(316억 원) 등 대형 증권사들이 이었습니다. 

국내 증권사의 1~7일 구간 신용융자 이자율은 3.9%에서 최고 연 8%까지 분포돼 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의 기준금리를 책정한 뒤 신용프리미엄, 업무 원가, 목표이익률, 자본비용 등의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합니다. 

각 증권사 별로 적용하는 금리가 달라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는데, 가산금리가 더해지다 보니 '고금리 장사' 논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월 신용융자 이자율 등 금융투자 상품 거래와 관련한 이자 및 수수료율 지급·부과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 및 신용융자 이자율을 산정하면서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을 반영하지 않거나 주식대여 수수료율이 공시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취약계층 등이 큰 금리 부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십조 단위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이익 사용 방식에도 의문점이 있다"라면서 금융권의 '이자 장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금융당국의 압박이 지속하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1~2% 정도 이자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대신증권을 제외한 1~7일 구간의 최소 이자는 연 3.9%인데요, CP금리(3.97%)를 지표금리로 삼았다고 가정하면 가산금리가 마이너스(-)인 셈입니다. CD금리(3.75%)를 기준으로 해도 가산금리가 0.15%에 그칩니다. 

연 3.9%도 낮은 수준의 금리라는 건데, '수수료 0%'가 파격적인 선택으로 불리는 이윱니다. 

성장 위한 포석일까…성장 꿈꾸는 대신증권
파격적인 선택에 대신증권이 수수료 낮추기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차액결제거래(CFD)가 중단되거나, 조건이 까다로워진 탓에 빚투 수요가 신용거래로 옮겨가 수수료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4월 말 20조 원을 돌파했던 신용거래 융자는 SG증권발 하한가 폭탄이 터진 뒤 18조 3천억 원대까지 줄었다가 최근 코스피가 1년 만에 2,600선을 넘자 소폭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자기 자본기준 업계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 자본은 2조6천817억 원인데요. 지난해 말(2조493억 원)보다 6천억 원가량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9위인 키움증권의 4조5천930억 원에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8위인 신한투자증권(5조2천382억 원), 7위인 메리츠증권(5조3천718억 원), 6위인 하나증권(5조8천60억 원), 5위인 KB증권(5조8천687억 원)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외연 성장에도 힘쓰는 모습인데요. 특히 과거 자기 자본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증권사들이 자기 자본 4조 원 이상인 '초대형 투자은행' 대열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2026년 자기자본 3조 원대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추진하면서, 올 1분기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신용공여 한도에 막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규모는 자기 자본의 100%로 제한됩니다. 

대신증권의 자기 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율은 지난 4월 말 기준 75%를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증권에서 신용거래 금액 중 71.9%는 1~7일 구간인데요. 8일 이후 구간 금액을 1~7일 구간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사용자가 늘어나더라도 빠르게 갚고 다시 빌리는 선순환 구조를 띌 가능성에 주목한 겁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고객수익률에 중점을 둔 조치"라면서 "이번 조치로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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