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카드론은 갈아탈 수 없나요?"…카드업계, 대환대출 '뭉그적'인 이유
SBS Biz 류정현
입력2023.06.02 11:22
수정2023.06.05 08:53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서비스'를 둘러싼 열기가 뜨겁습니다. 출시 이틀 만에 거래된 자산 규모만 1천억원을 돌파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여러 금융업종 가운데 카드사는 유독 이 서비스에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다른 금융사 플랫폼에서 자사 카드론을 갈아탈 수 없게 해놨습니다. 수익성 하락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자칫 다른 경쟁사로 대출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환대출 서비스 금융 소비자 관심 '활활'…거래대금 1천억원 돌파
대환대출 서비스는 지난달 31일 금융당국 주도로 각 금융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휴대전화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통해 바로 다른 금융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페이나 토스와 같이 평소 사용하던 핀테크 플랫폼에서 이용이 가능해 접근성도 높습니다.
실제로 금융 소비자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누적 기준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이동한 대출금은 총 1천55억원입니다. 서비스 개시 단 이틀 만에 1천억원을 넘긴 겁니다. 거래 건수도 3천887건으로 4천건에 육박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실제로 금리가 기존보다 크게 낮아진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에서 연 이자율 14.8%짜리 신용대출 4천800만원을 받은 한 고객은 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이자율이 6.5%까지 낮아졌습니다.
또 다른 고객은 저축은행에서 연 이자율이 거의 20%에 육박한 19.9%짜리 대출을 받았는데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연 이자율 8.7%짜리 은행 대출로 갈아타기도 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많다"며 "당분간 대환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고객 이탈' 걱정에 눈치 보는 카드사…"취약 차주 위해 적극 참여해야"
현재 대환대출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그러니까 자사 대출 고객이 다른 금융회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금융사는 총 53곳입니다.
은행이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19곳이 참여하면서 가장 많습니다. 저축은행도 18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캐피탈사도 9곳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역시 대환대출 서비스 자체에는 대부분 참여한 모습입니다. 국내 7개 전업카드사가 모두 대환대출 서비스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카드업계도 대환대출 서비스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현재 다른 금융사 플랫폼에서 자사의 대출 상품을 갈아탈 수 있도록 만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자사 플랫폼에서만 다른 금융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만큼 고객입장에서 대환대출을 이용할 기회가 적은 셈입니다.
실제로 대환대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핀테크 플랫폼에 입점한 카드사는 단 두 곳에 불과합니다. KB국민카드가 네이버페이에 입점해 있고 신한카드가 카카카오페이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 외 카드사 고객은 핀테크 플랫폼에서 카드론 등을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가 불가능합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대환대출 서비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단연 고객 이탈 우려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가맹점 수수료율이 잇따라 낮아지면서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으로부터 받는 대출 이자가 수익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대환대출을 통해 고객이 빠져나가면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겁니다.
특히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대형 카드사보다 금리 조건을 불리하게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점수 등을 고려하면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객이 은행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 대신 다른 카드사 또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과 경쟁이 심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등 고금리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 중에서는 카드론을 이용한 경우가 많다"며 "취약계층이 서비스 혜택을 더 보기 위해서는 카드사 참여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2천원짜리 라면 뭐가 있길래…라면업계 발칵
- 2.코스피 5천 간다…맥쿼리가 본 이재명 수혜주는?
- 3."7·8월에는 진에어 타지 말라"…기장이 올린 글에 진에어 발칵
- 4."540만원 부으면 1080만원에 이자까지 준다고"…이 통장 뭐길래?
- 5.10억 로또 둔촌주공 줍줍 나온다…무주택자만 청약?
- 6.'와우회원도 돈 내세요'…쿠팡플레이, 클럽월드컵 유료 중계
- 7.[단독] 전국민 25만원 차등지급?…민주당, 지역화폐 기류변화 감지
- 8.출퇴근길 삼성전자 못 산다?…대체거래소 30%룰 '발목'
- 9.이러다 2위 자리도 위태?…어쩌다가 삼성전자가
- 10.'10억 로또' 둔촌주공 줍줍 나온다…어? 무주택자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