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만삭 아내 살인 무죄' 남편에 보험금 줘야"…보험업계 '긴장'
SBS Biz 류정현
입력2023.05.26 14:37
수정2023.05.26 16:11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편 A씨에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현재 해당 사건에 연루된 보험사는 약 11곳, 소송을 진행 중인 보험금 규모는 약 96억원에 달합니다. 보험업계는 일단 진행 중인 소송에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9일 A씨와 딸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습니다. 보험금 2억1천만원을 달라는 A씨 손을 들어준 겁니다.
A씨는 지난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동승자였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 B씨가 숨졌습니다.
검찰은 A씨가 B씨 앞으로 약 96억원 상당의 보험을 들어놓은 점을 미심쩍게 여겼습니다. 또한 B씨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삼아 살인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1년 3월 "단호하게 진실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리적 추론과 가능성의 우월함만으로 단죄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A씨가 보험 계약을 맺은 보험사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새마을금고중앙회와의 소송에서 대법원 첫 판단이 나온 겁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가 보험금을 부당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맺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배우자를 살해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보험 가입이 사고가 임박해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며 "가입한 보험은 사망뿐만 아니라 질병치료 등 다른 재해사고도 함께 보장하는 것이거나 투자 또는 예·적금 기능도 있는 보험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오면서 보험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B씨 앞으로 들어있는 보험만 2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연루된 보험사만 대략 11곳에 달합니다.
A씨는 삼성생명과의 소송에서도 승소해 1심에서 31억9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화생명과 우체국보험과의 소송에서도 승소해 각각 10억3천만원, 6억1천만원 등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해당 건에 대해서는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단이 나온 만큼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다만 현재도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일단 최선의 결과를 받기 위해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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