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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포커스] 종근당, 효능 다 나온 혈압약으로 ‘대규모 임상’…왜?

SBS Biz 이광호
입력2023.05.25 15:47
수정2023.12.20 14:47

종근당이 국내에서 100명 넘는 대규모 임상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상을 진행하는 약이 1990년대 출시된 약들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오늘(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텔미사르탄'과 '로사르탄' 성분의 혈압 조절 효과에 대한 임상 4상을 계획 중입니다. 대사증후군과 고혈압을 둘 다 앓고 있는 사람 116명을 대상으로 합니다. 환자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텔미사르탄과 로사르탄을 각각 복용하게 됩니다. 

실험 대상의 두 성분 모두 종근당이 개발한 약은 아닙니다. 종근당 관계자는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텔미사르탄과 로사르탄의 혈압 조절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종근당 측은 당장 제품화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실험 결과에 따라 결국 복합제 등 제품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90년대 약들로 '임상 4상'
텔미사르탄과 로사르탄은 모두 'ARB 계열'이라는 고혈압약입니다. 고혈압은 다양한 이유에 의해 발생하지만, 혈압을 높이는 대표적인 효소들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복잡한 이름으로 '레닌-안지오텐신'으로 불리는 효소의 작용 체계가 혈압을 높입니다. 이 효소의 작용을 차단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들을 ARB라 부릅니다. 

이 약은 오래된 약입니다. 최초의 ARB제제로 불리는 로사르탄은 1995년, 텔미사르탄은 1998년 미국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현재는 특허가 만료돼 수많은 복제약과 개량약이 등장했습니다. 별도의 신약으로 국내 허가된 ARB제제만 9종에 달합니다.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제약바이오 업체인 종근당도 예외가 아닙니다. 수십 종의 혈압약 라인업을 구축했고, 텔미사르탄과 로사르탄을 활용한 약도 있습니다. 

'혈당' 집중한 임상…당뇨 노린다
종근당의 이번 임상에서 눈에 띄는 건 당뇨 관련 지표들입니다. 임상의 1차 평가 지표는 혈압이지만, 2차 지표엔 당뇨 관련 지표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인슐린저항성, 인슐린, 당화혈색소(혈중 포도당 수치 지표) 등입니다. 

실험 대상 두 성분 중 로사르탄은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는 고혈압 환자의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뇨와 관련된 연구가 일부 성과를 낸 건데, 반대로 텔미사르탄은 당뇨 관련 임상실험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동물실험에선 텔미사르탄이 로사르탄보다 혈당과 중성지방, 인슐린 강하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물 단위에서 입증된 효능을 사람에게서도 입증하겠다는 게 이번 임상의 1차적인 목표로 보입니다.  

다만 텔미사르탄과 로사르탄의 당뇨 치료 효과를 다 살펴본다면, 다음 단계는 제품 개발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두 성분 중 하나와 당뇨약을 섞은 복합제가 될 수도 있고, 이 성분을 개량한 새 약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선 둘 중 어느 쪽도 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복합제 개발로 방향이 잡힌다면, 아직은 출시된 제품이 없는 고혈압과 당뇨 복합제 개발에 참전하는 구도가 됩니다. 

고혈압+당뇨 복합제 참전하나
고혈압은 복합제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질환입니다. 고혈압약 자체만 해도 크게 4개 종류가 있습니다. 각각 기전이 달라 두 종류의 약을 동시에 먹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에 고지혈증, 당뇨 등 함께 따라오는 질환도 많습니다. 당연히 이 질환에 대한 약도 따로 먹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약을 잘 챙기도록 하기 위해 여러 성분을 한 알로 합친 복합제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성공을 거둔 건 고혈압과 고지혈증 복합제입니다. 이들 성분을 다양하게 섞은 복합제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2가지 성분만 섞은 2제부터 4개 성분을 섞은 4제까지 나왔습니다. 지난해 합산 1천500억원 가까운 처방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를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는 270만명에 달합니다. 두 종류의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이미 많아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고혈압도 당뇨도 이미 약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조합 가능한 약의 개수가 너무 많아, 분산된 환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미 개발을 시도한 회사로는 오토텔릭바이오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가장 빠릅니다. 보령도 최근 자사 고혈압약을 활용해 당뇨약을 섞은 임상 3상을 승인받았습니다. 녹십자도 2021년 임상 1상을 승인받는 등 3개 회사 정도가 나선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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