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유통팔달] "셔터 내려"…이별을 대하는 '아워홈의 자세'

SBS Biz 윤선영
입력2023.05.25 13:10
수정2023.05.25 16:54

[앵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푸드코트가 갑자기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은 당연하고, 병원 역시 진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푸드코트를 10년 동안 운영해 온 아워홈, 이번 입찰에서 떨어지면서 업계의 관행을 깨고 전면 철수라는 강수를 뒀기 때문입니다. 

윤선영 기자, 우선 세브란스 푸드코트 운영사가 10년 만에 바뀐다고요? 

[기자] 

아워홈에서 CJ프레시웨이로 넘어갑니다. 

식품업계와 의료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신촌세브란스 본관 푸드코트 운영 입찰이 진행됐는데, 3월 말에 CJ프레시웨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CJ프레시웨이는 다음 달쯤 내부 공사를 시작해 8월쯤 '고메브릿지'라는 브랜드를 달고 영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푸드엠파이어'라는 브랜드로 푸드코트를 운영해 온 아워홈은 입찰에서 떨어지면서 10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됐습니다. 

[앵커] 

사업장 규모로 보나, 기간으로 보나 아워홈으로썬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병원 푸드코트 가운데 신촌세브란스가 최대 규모입니다. 

이 한 곳에서만 연매출 200억 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때문에 이번 입찰에 CJ프레시웨이와 아워홈, 이외 대기업 식품업체 2곳까지 모두 4곳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아워홈은 최근에도 신촌세브란스를 포함한 병원 사업장에 신메뉴를 출시한다, 또 병원 식음 서비스 역량을 강화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도 내면서 병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병원이나 공항, 휴게소 같은 대규모 식음료 사업을 컨세션 사업이라 하는데요.

학교나 기업 단체급식 사업과 함께 코로나 엔데믹에 따라 식품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은 현재 삼성웰스토리가 28.5% 아워홈 17.9% 현대그린푸드 14.7% CJ프레시웨이 10.9% 신세계푸드 7%입니다. 

기존 아워홈과 세브란스 간의 계약기간은 이달말까지인데요.

아워홈은 계약종료 보름 전인 지난 15일부터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시설 철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나저나 그 큰 병원 푸드코트가 문을 닫았으니, 유동인구가 어마어마한 곳인데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겠는데요? 

[기자] 

하루에 2~3만명이 오간다고 해요.

제가 직접 가봤는데, 식사하러 왔다가 발길 돌리는 환자와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았고, 병원 측은 "운영 업체에서 14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갑작스러운 공사로 죄송하다"는 입간판도 세우고, 아예 식당 안내만 전담하고 있는 직원과 자원봉사자들까지 배치했습니다. 

다른 식당은 암병원 건물 쪽으로 가야 하는데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고 아니면 외부로 나가서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신촌세브란스 방문객: 검진 있어서 피검사하고 금식했으니까 밥을 먹고 가려고 아들하고. 맛있어서 데리고 나왔는데 아쉬워요. 다른데 외부로 나가려고요.]

[식당 안내 자원봉사자: 몇 분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수시로 계속, 어떤 때는 막 몰려오니까 저기(안내판) 학생회관이라고 써놨는데 솔직히 저도 학생회관도 갔었거든요. 근데 학생회관이 조금 멀어요.] 

[앵커] 

이게 정상적인 건 아니잖아요? 

[기자] 

업계 취재를 해 보니, 이렇게 한꺼번에 문을 닫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대규모 푸드코트이고 더군다나 공공성을 띈 병원은 통상 푸드코트 구역을 나눠서 순차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세브란스와 맞먹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와 계약 종료 60일 전부터 협의를 통해 부분 공사를 진행하며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하고 병원 직원들에게 식권 사용 등에 대한 안내를 한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입찰 연장에 실패한 아워홈의 몽니라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맞나요? 

[기자] 

아워홈 측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아워홈 측은 "순차 철수를 하면 계약 기간을 넘기게 되는 등 병원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청을 했다. 따라서 전면 철수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세브란스 측은 "아워홈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아워홈이 처음 입점할 때도 이전 업체와 순차적으로 인수인계가 이뤄졌는데, 이번에 아워홈이 전면 철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구멍가게도 아니고,  철수 방식을 사전에 합의를 안 하나요? 

[기자] 

맞습니다. 

통상, 문서로든 구두로든 '신의성실에 의한 순차 철수'를 합의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더군다나 세브란스는 환자가 고객인 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입찰 전부터 업체들에게 공지하는 일종의 입찰 요건이 있고 거기에는 '순차 철수' 내용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아워홈은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법적 시시비비를 떠나, 지난 10년 동안 먼 길을 와, 병원 식당을 이용했던 환자들을 생각하면 아워홈의 마무리는 씁쓸함을 남깁니다. 

[앵커] 

윤선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윤선영다른기사
나만 힘든 게 아니었네…20년 만에 최장 고물가
정용진, 새해 화두로 '한 클릭의 격차'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