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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가짜 계약 안 된다"…보험설계사 '차익거래' 방지

SBS Biz 오정인
입력2023.05.24 17:30
수정2023.05.24 17:43


보험사가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 지급하는 시책(수당) 관련 차익거래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1년이 지난 시점에 받은 시책에 대해선 환수 규정이 없어 과도한 시책을 노린 이른바 '가짜 계약'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서입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에 오는 25일까지 시책 관련 차익거래 근절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대책에는 ▲자체 규정 개정 ▲재무적 영향 분석 ▲유입 방지 방안 등이 포함됐습니다. 생명보험사들도 다음달 중순까지 같은 내용의 대책을 마련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합니다. 

보험사 시책이란 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했을 때 추가로 받는 일종의 수당입니다. 1년(12회차)이 되기 전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시책은 환수됩니다. 하지만 13회차 이후에 받은 시책에 대해선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때문에 13회차 계약이 유지된 경우 1년치 시책을 한꺼번에 지급해 허위·가공 계약, 이른바 '가짜 계약'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은 과도한 시책비 지급으로 보험사의 사업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1200%룰'을 도입했습니다. 첫해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 이내에서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1년이 경과한 시점에 과도한 시책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가 받는 시책이 납입 보험료보다 더 많아 가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조사 결과 월납입 보험료의 최대 800%까지 시책을 내거는 등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이 문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책을 받기 위해 '가짜 계약'을 유지하던 설계사들은 차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하거나 부채, 수익성 등을 분석할 때 계약 유기지간 등에 대한 통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확한 평가나 분석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보험업법에서는 실제 명의인이 아닌 자의 보험계약을 모집하거나 실제 명의인의 동의가 없는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짜 계약'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실제 이런 이유로 지난 2019~2020년 대형 GA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전속설계사에겐 시책을 지급하지 않고 GA에만 지급하기 때문"이라며 "판매자 책임이기 때문에 만약 검사를 통해 이런 사항이 적발되면 제재를 받는 건 GA와 GA소속 설계사"라고 말했습니다. 전속설계사의 경우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당에 이런 부분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GA의 경우 시책이 유일한 수당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사별로 차익거래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고 근절 대책을 마련토록 요구한 것입니다. 시책 지급이나 환수와 관련해선 현재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도 과도한 시책 지급이 과열경쟁을 불러오는 데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1200%룰로 첫 해에는 시책 제한이 있지만 13회차 이후부턴 규제가 없으니 오히려 GA가 먼저 일정 수준의 시책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보험사들이 시책을 더 많이 줄수록, 그렇지 않은 보험사들은 판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A보험사에서 시책으로 600%를 지급하는데 B보험사 시책은 400%라면, GA설계사들이 A보험사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사업비 중 하나여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매출을 높이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업계가 공동으로 시책 환수 규정 등을 마련한다면 과열 경쟁도 일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사업비 증가는 보험료 상승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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