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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라젠 '4천억 항암제', 방향성 나왔다

SBS Biz 이광호
입력2023.05.16 14:46
수정2023.05.17 10:50

신라젠이 지난해 9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의 방향성이 확인됐습니다. 

이 약은 기술도입 이전에 이미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았고, 국내에선 지난달 임상 1상이 승인됐습니다. 임상시험 자체는 '모든 고형암(암세포가 한 부위에 뭉쳐 있는 암. 위암, 폐암 등 대다수 암이 해당)'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실질적인 임상은 유방암과 위암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이번 임상은 미국과 한국에서 1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그중 절반인 60명을 국내에서 진행하는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2곳에서 임상이 이뤄집니다. 주목할 점은 임상을 진행하는 의사입니다. 

오늘(16일) 신라젠 관계자에 따르면, 임상을 담당하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의 A교수는 유방암과 위암, 췌담도암을,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의 B교수는 위암과 복막암, 신장암 등을 치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A교수는 유방암, B교수는 위암을 전문으로 다룬다는 게 신라젠 측 설명입니다. 

화이자 '입랜스' 등과 경쟁할 듯
이렇게 되면, 'BAL0891'이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효능을 비교하게 될 경쟁 제품들도 추려집니다. 위암은 표적치료제가 사실상 1개뿐이라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습니다. 기존의 유일한 표적치료제 '허셉틴'(ADC 치료제로 최근 각광받는 '엔허투'가 허셉틴을 개량한 약입니다)은 'HER-2'라는 변이가 있어야 쓸 수 있었는데, 이 변이는 한국 위암 환자 중에선 10% 정도만 갖고 있습니다. 

반면 유방암은 치료 옵션이 좀 더 많습니다. 특히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여성호르몬 양성 변이의 경우, 호르몬의 세포 분열 주기를 억제시키는 'CDK-4/6 억제제'라는 약이 있습니다. 세포 분열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신라젠이 개발 중인 'BAL0891'과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치료제입니다. CDK-4/6 억제제는 현재 유방암 말기 환자를 중심으로 쓰이고 있지만, 조만간 초기 치료에도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화이자의 '입랜스' 노바티스의 '키스칼리', 릴리의 '버제니오' 등이 대표적인 치료제들입니다. 
[첫 CDK-4/6 억제제인 화이자의 '입랜스' / 자료=한국화이자]

(※조금 더 전문적인 이야기: 세포는 크게 간기-전기-중기-후기-종기 등의 순서를 거쳐 분열됩니다. 'CDK-4/6 억제제'는 그중 시작 단계인 간기 내 진행을 막는 방식의 약입니다. 반면 신라젠의 치료제인 'TTK/PLK1 억제제'는 분열이 시작된 이후의 과정을 방해합니다. 세포분열 단계 중기에 염색체가 정렬되고 갈라지는 과정을 어그러뜨리는 방식입니다. 정갈하게 정렬되지 못한 DNA를 갖고 불완전하게 복제된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합니다.)

정리하면, 신라젠의 새 항암제는 경쟁자가 별로 없는 위암, 그리고 관련 경쟁자가 있긴 하지만 치료 방식이 조금 다른 유방암에서 첫 치료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해 신라젠이 계약금 1천400만달러(약 180억원)를 포함해 총액 3억3천500만달러(약 4천400억원)를 들여 도입했습니다. 현재까지 이 후보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암을 표적하는 치료제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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