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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는 장남' 판례 뒤집혔다…대법, 성차별 깼다

SBS Biz 신다미
입력2023.05.11 14:51
수정2023.05.12 08:03


고인의 유해와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을 갖는 민법상 '제사 주재자'는 유족 간 합의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맡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우선권을 주었던 기존 대법원 판례가 15년 만에 깨졌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숨진 A씨의 유족 간 벌어진 유해 인도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오늘(11일)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1993년 배우자와 혼인해 2명의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2006년에는 다른 여성에게서 아들을 얻었습니다.

A씨가 2017년 사망하자 혼외자의 생모는 배우자와 다른 딸들과 합의하지 않고 고인의 유해를 경기도 파주의 추모 공원 납골당에 봉안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배우자와 딸들은 "A씨의 유해를 돌려달라"며 생모와 추모 공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유해와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은 민법상 제사 주재자에게 있습니다. 유족끼리 합의해 1명의 제사 주재자를 정하면 되는데 합의가 없는 경우가 문제였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8년 11월 "망인의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재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1·2심은 이 판례에 따라 A씨 배우자와 딸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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