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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인사이드] 신분증 사진이 통했다?…'구멍' 난 비대면 심사

SBS Biz 오서영
입력2023.05.11 13:12
수정2023.05.11 18:28

[앵커]

인터넷 은행은 비대면으로 대출 심사가 이뤄집니다.

이 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실제로 카카오뱅크에서 명의도용으로 대출이 나가 피해자와 1년 가까이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떤 일인지 오서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카카오뱅크가 내준 대출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기자]

약 2년 전쯤 카카오뱅크에서 총 6천만 원에 가까운 신용대출들이 김 모 씨 명의로 실행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김 씨의 지인인 A씨가 명의를 도용해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A씨가 가지고 있던 김 씨의 신분증 사진과 훔친 휴대전화를 가지고 비대면 대출을 받은 겁니다.

실물 신분증이 아니라 '사진'이었지만 본인 인증 절차에서 신분증 인증이 통과됐습니다.

[피해자 배우자 : 오프라인 대출받을 때는 회사도 확인하고 얼굴도 확인하고 다 하잖아요. 그런데 비대면이라고 회사명이나 주소도 확인 안 하고, (정보를) 다 거의 거짓으로 기재했는데 그것도 확인 없이….]

A씨가 명의를 도용하고 개인정보도 허위로 입력했는데도 대출이 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본인 인증 심사가 허술했다는 거네요?

[기자]

특히 휴대전화로 촬영된 사진으로 신분증 인증이 된 건데요.

신분증 확인 절차에서 이런 사본이나 임시 신분증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계좌를 개설하면서 신분증 인증이 뚫리면서 대출이 여러 차례 가능하게 됐습니다.

A씨는 촬영된 김 씨의 신분증을 사용해 계좌를 개설한 뒤 4차례 대출을 신청해 모두 약 6천만 원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한 가지로는 완벽한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계좌 개설을 위한 본인인증 절차는 3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신분증 인증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 본인확인'과 '본인 명의 다른 금융회사 계좌'를 인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아무튼 비정상적으로 대출이 나갔는데, 카카오뱅크는 어떻게 했나요?

[기자]

카카오뱅크는 대출이 실행되고 며칠 뒤 피해자가 항의하자 "비정상 신분증으로 확인됐다"며 사과했습니다.

당시 고객센터 안내 들어보시죠.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지난 2021년 6월 17일) : 실물 신분증을 촬영해서 (계좌를) 생성해 주셔야지 (대출이) 가능한데, 저희도 신중하게 확인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신분증 자체가 선명하게 촬영되다 보니까…죄송합니다 고객님.]

하지만 다음 달부터 대출 이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카카오뱅크는 "연체되지 않게 납부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피해자인 김 씨는 지난해 6월 소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1년간 약 1천만 원의 이자를 내야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현재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기자]

피해자인 김 씨는 A씨가 지난해 5월 징역형이 선고된 이후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 카카오뱅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직 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이 재판에서 승소하면 피해자는 명의 도용된 대출을 안 갚아도 되고, 그동안 납부한 이자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소송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기자]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5월 또 다른 피해자와의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카카오뱅크가 '본인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본인 확인 절차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책임이 있다"라고도 판시했습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올 2월 1일 항소심에서도 패소했고, 결국 상고는 포기했습니다.

항소심에 참여했던 변호사 설명 들어보시죠.

[김남희 변호사 : 대출한다는 건 이 사람 이름으로 새로운 채무를 만들어 내는 건데 더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고 당연히 개인정보를 확실히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는데 법원에서 그 주장을 받아들여 줬죠.]

[앵커]

비대면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 카카오뱅크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기자]

카카오뱅크는 신분증 이미지의 원본 촬영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지난해 9월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본이 아닌 신분증을 촬영하면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특유의 패턴을 탐지해 신분증 부정 사용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신기술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비대면 심사에서는 이런 위험이 계속 있는데 다른 보다 근본 대책은 없나요?

[기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런 비대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생체인증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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