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 사퇴에도 싸늘한 여론…계산된 행보? [금융가 인사이드]
SBS Biz 조슬기
입력2023.05.08 13:15
수정2023.05.08 15:09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익래 다우키움증권 회장의 지난주 전격적인 사퇴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혹은 뉴스를 통해 지켜 본 개인 투자자들이 내놓은 반응은 굉장히 싸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가폭락 사태 발발 직전 지주인 다우데이터 지분 140만주를 매각해 605억원을 챙긴 뒤 주가 조작 세력과의 결탁설부터 주가 조작 사전 인지설 등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회장직 사퇴와 주식 매각차익 사회 환원만 짧게 언급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익래 회장의 주가 폭락 전 주식 대량 매도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의견과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룹 회장이라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주가폭락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인데요.
특히, 이번에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이끈 주범으로 지목받는 차액결제거래, CFD 반대매매 물량의 대부분이 '투자자-키움증권-SG증권' 구조로 이뤄진 계약에서 비롯된 만큼 일반 투자자는 알 수 없었던 종목별 차액결제거래 현황을 김 회장이 보고 받고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증권사 사주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초유의 상황에서 명쾌한 해명을 원하는 시장의 바람과 달리 김 회장 스스로 이런저런 의혹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정말 주가조작에 연루된 게 아닌지 의구심만 더 키운 꼴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인데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휴 직전에 기자회견을 기습 발표한 시점부터 좋지 않았고 내용은 물론 회견에 임하는 태도도 좋지 않았다"며 "김 회장 본인을 둘러싼 가장 궁금한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정해진 답변만 짧게 하고 떠날 거였으면 차라리 유튜브로 찍어 배포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자회사 키움증권에 미칠 파장을 차단하기 위한 판단에서 나온 움직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은데요.
18년 연속 국내 주식거래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개인 고객들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 특성상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빨라지면 시장 내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금융당국 조사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보란 관측과 함께 주식 매각차익 전액 사회환원 또한 주가조작 공범으로 몰리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선제대응 성격이 짙다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605억원 주식을 매도한 건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를 위한 것일 뿐 폭락 전 거래 성사는 우연이라는 주장이 먹히지 않자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장직 사퇴와 사회환원 카드를 활용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러한 후속 행보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회장직 사퇴와 사회환원 역시 과거 다른 대기업 오너들이 보여준 것과 비슷한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상 총수 역할을 하면서 보유 지분에 대한 배당금은 매년 챙길 것이고 사퇴하더라도 복수의 회사에서 상당한 액수의 퇴직금 또한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퇴는 보여주기 쇼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장직 사퇴와 재산 사회환원은 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본질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구분할 줄 모른다고 판단한 걸까요?
결과적으로 김 회장 본인 입으로 직접 사과했지만 여론은 누그러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는 등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는 기회를 김 회장 스스로 차버린 만큼, 이제 진실은 검찰과 금융당국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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