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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궁금해] 투자 열기 한풀 꺾인 2차전지…다음 투자처는 어디?

SBS Biz 조슬기
입력2023.05.04 18:29
수정2023.05.05 09:55


주식시장에서 상승을 주도하는 주식을 흔히 주도주라고 많이 부르죠. 올해 국내증시의 주도주는 누가 뭐래도 2차전지 관련 종목들입니다. 이 중 단연 으뜸인 종목은 에코프로입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의 지주사인데요. 특히, 올해 들어 주가가 491% 급등하며 동학개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종목입니다. 이 에코프로 그룹주를 필두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포스코 그룹주는 물론 엘앤에프, 나노신소재, 코스모신소재, 천보 등 다양한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은 물론이고 2차전지 장비 기업들의 주가도 시차를 두고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끝모를 상승세를 이어갈 것만 같았던 이들 주식도 최근 조정장에서 작게는 10~20%, 많게는 30~40% 넘게 빠지며 급등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대장주 에코프로를 포함한 일부 종목들의 경우 짧은 조정 이후 고점 부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 과열 양상을 보였던 지난달 중순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확연히 눈에 띕니다. 최근 한달 사이에 2차전지 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입니다. 

최근 몇 달 간 주도주로 군림해 온 2차전지 관련주가 조정장을 거쳐 힘을 잃고 빠졌음에도 2차전지 투자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실적이 뒷받침되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춘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중장기 성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인데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을 향한 투자자들의 믿음은 맹신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과열을 경고하는 증권사나 전문가가 있으면 악성 댓글을 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메일과 전화를 쏟아냈습니다. 반면 2차전지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는 유튜버 스타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결집하는 현상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2차전지 투자 열기도 5월로 접어들면서 진정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그동안 2차전지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가치 평가를 어렵게 만들 정도로 과열됐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확산된 결과인데요. 특히, 에코프로 그룹주를 담지 못해 2차전지 주도 반등장에서 소외됐던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제2의 에코프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들에게 '셀 인 메이'(Sell in May)는 말 그대로 '소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때마침 주식시장에서도 2차전지 관련주가 주춤할 때마다 차기 주도주 자리를 꿰차기 위한 종목들이 꿈틀대는 모습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증권가에서는 어떤 섹터를 다음 주도주로 주목하고 있을까요? '셀(Sell) 사이드'의 대표주자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과 전망도 분명 일리가 있겠지만, 증시 주도주가 교체되는 지금 같은 타이밍에서는 '바이(Buy) 사이드'의 대표주자인 펀드매니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주식을 직접적으로 사고 파는 입장에서 증시 수급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느끼는 사람들의 내는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돈의 길목에 서 있는 사람들이 어디로 투자금이 이동하는지 가장 먼저 보고 있으니 말이죠. 

그 힌트는 2차전지 종목들이 빠질 때 이미 시장에 나왔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액티브 펀드 운용 담당 매니저는 "최근 조정장에서 2차전지가 빠질 때마다 고개를 들었던 섹터가 반도체였다"며 "최근 몇 년 새 주가가 많이 빠졌고 시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인 만큼 주가가 반등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2차전지와 더불어 국내 5대 신성장 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2차전지·바이오헬스)의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차고 있고 실력이 검증된 관련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은 2차전지 못지 않다"며 "과거 경험상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 국면에서 반도체 주식들이 양호한 성과를 거둔 만큼 차기 주도주 후보군으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차전지주가 빠질 때 반도체와 함께 고개를 들었던 또 다른 섹터는 바이오였는데요. 통상 3월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전후로 바이오주들의 옥석가리기가 마무리되면, 상장폐지 혹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해소하고 살아남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실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빠르게 반등했던 사례가 이번에도 재현됐습니다. 

시중의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상위 6개 제약사의 지난 4년간(2018~2022년) 합산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6.4%, 올해는 평균 7.2%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성장성은 그대로인데 밸류에이션만 떨어진 터라 투자 매력도가 높고, 면역항암제를 필두로 비만, 탈모, 인공관절, 연골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반도체와 바이오 만큼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K-콘텐츠에 기반한 미디어 엔터 관련 섹터도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으며 유의미한 반등을 보였단 점에서 잠재 후보군으로 평가받습니다. 통상 주도주 투자쏠림 현상 완화의 경우 주도주가 무너져 높이가 낮아지거나, 다른 업종들로 매수세가 확산되며 레벨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번 2차전지 투자쏠림 완화는 후자의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2차전지 주도 반등장에 올라타지 못한 개미들은 이번 조정장에서 보여준 증시 수급 변화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한번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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