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궁금해] '무더기 하한가' 예고된 재앙…CFD 거래 허점 '화 불렀다'
SBS Biz 조슬기
입력2023.04.28 16:47
수정2023.04.29 09:00
'CFD 증거금 비율 -93.94%, 오늘 기준으로는 입급해야 하는 금액이 약 33억원입니다'
'내일 하락시 금액이 더 늘어날 예정이며 반대매매 주문 나갑니다'
'오늘처럼 추가 매도 금액과 입금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창구에서 시작된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관련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받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서 CFD 거래 손실이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건데요.
이번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CFD 거래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천리, 대성홀딩스, 선광, 서울가스 등 몇몇 기업의 주가를 폭락시키는데 CFD 거래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단어인 CFD 거래는 대체 어떤 거래일까요?
CFD 거래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적은 증거금으로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입니다.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 매수와 매도 양방향 포지션을 가질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죠.
최대 2.5배의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한 만큼 투자 관련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에 한해서만 거래가 허용했는데,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 규모가 급증했습니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 방식인데요. 그러나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건 거꾸로 높은 손실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투자에 실패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뜻인데요. 정해진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되는 만큼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를 촉발시켜 CFD 거래가 이뤄지는 종목들은 주가 변동성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CFD 거래가 장내 상품이 아닌 장외상품이라 이번 주가 폭락 사태처럼 정작 사고가 나도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CFD 거래를 하는 사람은 일정한 투자 요건을 갖춘 개인들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외국인 거래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FD 거래 시 국내 증권사가 헤지(위험 분산)를 위해 협업하는 외국계 증권사가 최종 거래 주문을 넣어 내국인 거래로 잡히지 않습니다.
자산가들이 CFD 거래의 주된 고객인 것도 바로 이러한 거래 구조와 맞닿아 있는데요.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투자 방식이다 보니 CFD 거래로 어떤 종목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드러나지 않고요. 또 직접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큰 액수의 주식을 보유한 개인 대주주는 거래세 외에 양도세도 내야 하는데 보유 주식 기준이 10억원 이상 대주주 요건에 해당할 경우 22%의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현행 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CFD 거래가 자산가들의 양도세 회피 수단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리해보면 CFD 거래는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과 실제 거래자의 정체를 숨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세 회피나 주가 조작 등 편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습니다. SG증권발 주식 대량 매도 사태도 CFD 계좌를 이용한 신종 주가 조작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인데요. 세력들이 변호사, 회계사, 의사, 연예인 등 고소득자 명의로 CFD 계좌를 개설해 수년에 걸쳐 주가 부양에 나섰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설치된 트레이딩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종해 수익을 내면 이중 일부를 수익금으로 지급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CFD 거래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증권사들은 CFD 거래 관련 신규 가입과 매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존 CFD 거래 계좌의 경우 기존 보유 잔고에 대한 청산거래만 가능하게 하고 증거금률 상향 등을 통해 CFD 거래를 최대한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봉책에 블과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CFD 거래를 통해 어디에 얼마나 투자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은 물론 거래의 원 주체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제2의 SG증권발 매물 폭탄은 언제든 쏟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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