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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인데 10월부터 벌금을?...주택 아닌 생숙이 뭐길래

SBS Biz 신다미
입력2023.04.14 13:58
수정2023.04.15 07:30


생활숙박시설은 주택청약이 필요 없는 데다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속 틈새 투자처'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생활숙박시설(생숙)이란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립니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숙박시설이지만, 장기로 숙박하면서 취사와 세탁까지 가능해 사실상 주거시설과 비슷합니다. 

분양 대행사는 숙박 일수 제한이 없으니 주거형과 마찬가지라고 홍보했고, 이에 수분양자들은 합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시설로 잘못 알고 분양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는 10월부터 '공시가격 10%' 이행강제금 부과
[숙박업소 자료사진 (사진=SBS Biz)]

'최고의 투자처'라고 인기를 끌던 생활숙박시설 부동산 시장은 정부 규제가 정립되며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정부가 2021년부터 생활숙박시설의 주거 사용을 금지하고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유도하면서입니다.

2년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지 않는다면, 불법으로 간주돼 공시가격의 10%를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합니다. 최대 연 2회까지 부과할 수 있고, 이행할 때까지 매년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유예기간은 올해 10월 14일까지입니다. 이에 정부는 수분양자들의 출구전략을 위해, 오피스텔에 없는 발코니나 전용 85㎡ 이상 바닥난방이 설치된 생활숙박시설도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레지던스를 양성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2021년 이전 입주한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먼저 분양자 100%가 용도 변경에 동의해야 하고, 광역시·도에서 토지 용도를 규정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뒤따라야 합니다. 주차면수도 더 확보해야 하고, 소방·배연시설 등 각종 안전기준도 오피스텔이 더 엄격합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된 건 2월 기준 42개 동, 1천33가구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 있는 생숙은 건축물대장 기준 8만6천920가구로 전체의 약 1%만 용도가 바뀐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주차장 규정
[오피스텔 자료사진 (사진=SBS Biz)]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주차면수를 늘리는 등 추가 규제가 붙는데, 이러한 규정이 구·시·군 조례에 따라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경기 안양시는 지난달 주차장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조례가 통과돼 이달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에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주차대수 부족’이라고 표기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달에는 지구단위계획도 변경해 주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도 지난 2021년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주차장 확보기준을 한시적으로 2분의1로 완화하는 조례를 개정해 지난해 제주 전체 1만개 레지던스 중 1.5% 수준에 해당하는 호실이 오피스텔로 전환됐습니다.

반면 인천시는 생활숙박시설이 1천900여개에 달하지만 용도변경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월, 홈페이지에 올라온 '용도변경에 협조하라' 민원글에 인천시는 “학교시설 추가 확보 문제와 상대적인 민원 발생 등으로 인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검토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국토부와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의 입장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엄연히 숙박용으로 규정된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용도변경의 길을 터줬는데, 추가 완화 방안을 내놓는 것은 아파트 등 일반주택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팔고 싶어도 고금리에 매수세가 뚝 끊긴 상황입니다. 지난 2021년 평균 657대1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르웨스트’는 마이너스피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곳의 전용면적 88㎡ 저층 매물은 호가 13억9천8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1억2천만원 낮습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수분양자들의 혼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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