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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진입에 '0원' 요금 떴다…알뜰폰 '치킨게임' 본격화

SBS Biz 이민후
입력2023.04.13 17:34
수정2023.04.14 11:25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중소형 알뜰폰 업체의 정책지원금을 늘려 알뜰폰 시장 대어로 부상하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견제에 나섰습니다.

지난 12일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금융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정식 승인받게 되면서 알뜰폰 시장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알뜰폰 시장에 금융권이라는 초대어가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중소형 알뜰폰 사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은행 알뜰폰'을 저격하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알뜰폰 업체·유통협회뿐만 아니라 리브엠의 정식 승인이 달갑지 않은 이통3사는 승인이 나기도 이전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알뜰폰 '0원 요금제' 맞불
[알뜰폰 업체들의 '0원 요금제'(사진=알뜰폰허브 갈무리)]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오늘(13일) 기준 알뜰폰 7개사에서 32개 상품에 '0원 요금제'를 내놓았습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자본을 가진 알뜰폰 업체들이 근거 없이 0원 요금제와 같은 가격 출혈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면서 "3월부터 이통사에서 주는 정책지원금(리베이트) 규모가 지난달부터 대거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브엠 승인 소식과 발맞춰 SK텔레콤이 정책지원금을 선제적으로 늘렸는데,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에 발맞춰서 늘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책지원금은 이통 3사가 자체적으로 알뜰폰·유통업체의 가입자 유치에 따라 주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이통 3사는 자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로부터 '도매대가'를 받는데, 이를 추가 재원으로 확보하기 위한 이유와 동시에 리브엠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됩니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알뜰폰 영업팀을 신설해 "정부의 민생안정 대책 일환인 알뜰폰 활성화와 중소기업 상생 취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LG유플러스는 엊그제 연 '5G 중간요금제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0일에 "알뜰폰 자회사 두 곳과 추가 사업자가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알뜰폰 시장도 수성하겠다고 밝힌 셈입니다. 

KB리브엠의 '손해 안 보는 장사'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은 '부수업무'에 불과합니다. 금융위도 이를 고려해 은행법(제27조의2)에 따라 은행이 부수업무로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리브엠의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2019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2월에는 4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통 3사의 자회사를 제외하고서라도 알뜰폰 업체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리브엠은 2020년 139억원, 2021년에는 18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습니다.

KB국민은행이 리브엠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는 '락인효과'로 풀이됩니다. KB리브엠을 통해서 이익을 거두려는 생각보다는 신규 가입 고객을 중장기에 걸쳐서 은행 고객을 포섭하려는 겁니다.

KMDA는 리브엠에 대해 "도매대가 3만3천원의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24개월간 최저 2만2천원에 제공한다"며 "가입자 1인당 최소 24만원을 손해 보는 장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즉, 리브엠의 영업손실보다 신규 고객 유치가 더 큰 이익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사업을 운영하는 겁니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은 알뜰폰 업체들과 제휴를 맺으면서 알뜰폰 시장에 간접 진출하면서 이통사들의 위기감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기감 느낀 이통사들의 속사정
2020년 12월 87%를 차지했던 이통3사의 점유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83%로 떨어졌습니다. 알뜰폰 시장이 없었던 시점을 고려하면 무려 17%나 알뜰폰 시장에 빼앗긴 겁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수는 99만명에서 2022년에는 197만명으로 두 배 가량 불어났습니다. 

알뜰폰 업체에서 알뜰폰 업체를 이동한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순 유출이 뚜렷한 상황입니다.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이통3사에서 알뜰폰 업체로 순유출된 가입자는 30만8천889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이통 3사는 유출된 가입자에 비해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4조3천8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증가했습니다. SK텔레콤은 1조6천121억원으로 16.2%, KT는 1조6천901억원으로 1.1%, LG유플러스 역시 1조813억원으로 0.4% 증가했습니다. 

본업인 통신에서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이 높은 5G 가입자 비중을 전체 가입자 중 53.5%(611만명)까지 늘리면서 호실적을 달성한 겁니다. 

이런 와중에 통신업이 '부수업무'에 불과한 은행권이 싼 값으로 5G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 본업마저 잃어버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처한 셈입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업이 본업이기 때문에 은행권 진입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싸움의 규모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KMDA는 입장문을 내 "과기정통부는 기존 이통사 자회사에 부과한 등록조건에서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금융위도 은행들에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한 조건을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록조건을 이통사 자회사에 부과했는데, 금융권 알뜰폰의 시장점유율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통신업계가 요청한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 제한', '점유율 규제'와 같은 요구사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통신업계에서 금융위의 요청한 규제내용만 파악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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