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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숨지게 한 낮술 운전자, 보험 들었다고 감형?

SBS Biz 류정현
입력2023.04.12 16:56
수정2023.04.13 10:28

비극은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6월 16일 오전 11시 53분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죽전역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씨는 보행자 B씨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56%의 만취 상태였으며 면허취소(0.08%) 기준의 거의 2배에 달했습니다.

봉변을 당한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외상성 혈흉 기흉 및 다발성 늑골골절로 인한 저혈량 쇼크로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A씨는 이전에도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었습니다.

3번째 음주운전으로 죄책 무거운데…보험 가입한 점이 감형 요인
그로부터 약 9개월이 흘러 지난달 3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부(부장판사 김여경)는 A씨가 일으킨 범죄에 대해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가 A씨에게 선고한 형량은 징역 3년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음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B씨를 사망하게 했고 음주운전으로 2회 벌금형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다만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운행한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황'을 뜻하는 위험운전 교통사고의 감경요소 중 하나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이 적혀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책임보험과 추가적인 보장을 원할 때 드는 종합보험으로 나뉩니다. 종합보험은 책임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넓습니다. 운전자가 추가적으로 가입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 민간 보험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자동차종합보험을 양형에 반영하는 건 택시·택배·화물차 운전기사와 같은 생계형 운전자들을 조금이나마 보호하기 위한 차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과 같은 악질 운전자까지 해당 기준을 적용받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음주운전에서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여부를 제외해야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예측하고도 행하는 것"이라며 "(보험 가입 여부를) 감형 요인에서 빼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형위는 여전히 "못 뺀다"…고통은 오롯이 '유족 몫'
당초 검찰은 7년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년 형이 나온 겁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B씨의 아들은 "검찰이 7년을 구형했을 때 다 안 받더라도 5년은 받지 않겠나 싶었다"며 "그런데 결론은 3년이었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 역시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이 형량에 고려된 점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상대방 보험사에서 보상금을 준 건데 마치 유가족이 합의라도 본 것처럼 판결에 반영됐다는 겁니다.

B씨 아들은 "그쪽 보험사에서 이 돈을 받아도 (재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가해자를 용서하고 합의한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했다"며 "그런데 막상 법원에 가니 저희가 마치 합의한 것처럼 판결이 나버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족은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만 있다면 생업을 내려놓고 1인 시위라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해당 재판이 열리기 이틀 전이었던 지난달 28일 양형위원회는 제18차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양형위는 이날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대해 여러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여러 내용 가운데 교통범죄 양형기준에서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여부를 감경인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양형위 소속 전문위원은 "보험 가입이 피해의 신속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피해자 보호라는 형사정책적 차원에서 감경인자로 둘 실익이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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