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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직원들, 개인투자 열중…1천 건 거래도

SBS Biz 박규준
입력2023.04.10 17:36
수정2023.04.11 08:53

[앵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 상당수가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근무시간에 개인투자를 해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대규모 금융거래 실태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첫 소식 먼저 전서인 기자 보도입니다. 

[기자]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직원 상당수가 근무시간에 수시로 개인투자를 한다는 공단 내부 직원의 투서에 국조실이 움직였습니다 결과는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7월 31일까지 1년 7개월 동안 기금운용본부 직원 360여 명 중 93명, 즉 4명 중 1명이 근무시간에 ETF, 상장지수펀드에 개인투자를 했습니다. 

50건 미만 거래한 직원이 79명, 50건 이상은 14명인데, 100건 이상은 물론, 1000건 이상 거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금운용본부는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 파생상품 등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직원 상당수가 이를 무시한 것입니다. 

공단 측은 "주식처럼 ETF거래 자체가 규정상 금지되는 건 아니지만, 근무시간 중에 한 것은 잘못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대규모 금융상품 거래 실태가 드러난 건 처음으로, 허술한 내부통제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SBS Biz 전서인입니다. 

[앵커] 

적발 내용들을 보면, 근무시간에 1000건 이상 금융상품을 거래한 직원도 있었습니다. 

하루 3번꼴 밥 먹듯이 규정을 위반한 건데, 문제는 이렇게 근무시간에 본인 개인투자에 정신이 팔려있으니, 국민연금 운용이 제대로 됐겠느냐는 겁니다. 

이어서 박규준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국조실 감찰에서 적발된 인원 93명 중 2명은, 근무시간에 1천 건 넘게 ETF, 상장지수펀드를 사고팔았습니다. 

하루에 3번 꼴로 밥 먹듯 규정을 어기며 개인투자에 혈안이 된 겁니다. 

국조실은 감찰 내용들을 지난해 7월 복지부에 통보하며, 공단이 제대로 징계했는지 직접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복지부가 감찰을 해보니 공단은 이들 직원 2명에 대해선 '징계', 100건 이상 거래한 직원은 '경고', 50건 이상은 '주의' 등 신분상 불이익 조치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공단은 50건 미만 거래한 79명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거래 건수가 적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리 건수가 적어도 자체 내부통제 규정 위반이니,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공단에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직원들이 규정을 무시하고 개인투자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운용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점입니다. 

[위정현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ETF도 주식 ETF를 보면, 결국 주식이 들어있잖아요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식들이나 등등을 이 사람들이 다 알고 있고, 계획도 있잖아요. 그럼 ETF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죠.] 

이번 국조실과 복지부 감찰로 공단이 시정한 건, 내부통제 규정에 직원들이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문항을 추가로 더 늘린 것에 불과했습니다. 

[앵커] 

기금운용본부 직원들 4명 중 1명꼴로 이렇게 규정을 어기고 근무시간에 개인투자를 한 건데,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된 건지 이 내용 취재한 박규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우선, 기금운용본부 직원들 금융거래 실태가 밝혀진 게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이번 사건은 공단 직원이 투서를 통해 내부 고발을 했고요. 

공단이 자체적으로 지난해 3월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공단이 국무조정실에 감찰을 요청했고, 국조실이 지난해 5월 적발하면서 금융상품 거래 실태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앵커] 

공단이 주기적으로 직원들 금융상품 거래를 점검을 할 텐데 어떻게 직원들이 광범위하게 근무 중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나요? 

[기자] 

공단 자체적으로 점검을 하긴 합니다. 

공단 내 '기금운용 내부통제 규정'에 따르면 준법감시인은 기금운용 직원은 물론이고, 그 배우자, 미성년자인 직계비속 명의로 주식 등을 거래했는지도, 매년 점검한다고 돼 있습니다. 

매년 이렇게 검사를 하는데도, 기금운용본부 직원 25%가 근무 중 금융상품 거래를 하고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듭니다. 

공단 자체 검사가 매우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옵니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통제 장치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공단측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ETF 거래를 했다고 하는데, 이게 규정 위반인가 아닌가? 

[기자] 

ETF 거래는 가능합니다. 단, 근무시간엔 '금지'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ETF도 워낙 세분화되는 추세라 추후 별도의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감찰 결과 공개로 변화가 생길까요? 

[기자] 

지난달 16일, 공단은 내부통제 규정에서 직원들이 준법감시인에게 제출해야 하는 체크리스트 항목을 하나 더 늘렸습니다. 

기금운용 관련 임직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등 가족의 거래거래 행위에서 기금운용본부 내부정보 활용이 금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넣은 건데요.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이미 규정상 금지돼 있습니다. 

규정 정비보다는 실효성 있는 감시와, 제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박규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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