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뉴스'까'페] '휴게소 음식값 10% 인하',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SBS Biz 최지수
입력2023.03.31 11:14
수정2023.04.07 15:43

휴게소 음식값 인하.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일종의 기싸움을 벌였던 쟁점 중 하나입니다. 국토부는 휴게소 품질 개선 차원에서 음식값이 저렴하길 바라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입장에선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가 휴게소 임대료로, 이 휴게소 수익이 도로공사에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로 부임한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과 지난달 24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죽전 휴게소를 방문했습니다. 휴게소 품질·서비스 점검을 위해서입니다. 함 사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제19‧20대(경기 시흥갑) 의원을 지내고 이후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의 수도권대책본부장을 지낸 친정부 인사인데요.

원 장관과 함 사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휴게소 음식값을 내리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음식값 인하) 그런 것을 밖에서 강요하기보다는 휴게소의 역할에 대해서 새로운 사장님이 오셨으니까 그냥 원점에서부터 이용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봅시다." 원 장관의 답변인데요. 영상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어조가 완곡합니다. 


휴게소 음식값 안 내린다고 사퇴 압박까지?

[자료=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SNS]

시계를 반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는 현 함 사장이 아닌, 전 정부에서 임명한 김진숙 사장 시절인데요. 원 장관은 지난해 9월 도로공사에 추석기간 동안 휴게소 음식값을 10% 내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휴게소 품질·서비스 개선 차원입니다. 도로공사는 영업이익 악화를 우려하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원 장관은 함 사장과 있을 때완 달리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도로공사가 공공기관 개혁에 저항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강도 높은 발언과 함께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임명된 김진숙 전 도로공사 사장은 감찰 지시 이틀 만에 결국 사의를 표명하고 사퇴했습니다. 표면적으론 '휴게소 음식값 인하' 갈등에서 비롯된 사퇴였습니다. 

잇따른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공통분모는 '文정부'
이 당시 자리에서 내려온 국토부 산하기관장은 김진숙 전 사장뿐만이 아닙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을 찍어내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형 공공기관장 가운데 첫번째로 사퇴한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김현준 전 사장입니다. 간부들이 공식적인 회사 출장지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진 후 물러났습니다.

임기가 1년 반 가량 남아있던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도 사퇴했는데요. 국토부가 HUG에 대한 감사 중간발표를 한지 나흘 뒤였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HUG가 특정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에 특혜를 줬다며 담당 간부에 형사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초 오봉역 사망사고, 영등포역 열차 궤도이탈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나희승 코레일 사장을 해임했고,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9일 물러날 뜻을 밝혔는데요. 김 사장은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권총용 실탄이 발견된 사건 이후 국토부 장관 업무보고에서 두 차례 제외된 것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반년에 걸쳐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에서 물러난 전 정부 임명 인사만 5명입니다. 

'의도' 품은 휴게소 음식값 10% 인하 논의 중단
그렇다면 도로공사 전 사장 사퇴의 뇌관이 됐던 '휴게소 음식값 인하'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지난해 국토부 도로국과 도로공사에서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진행하던 음식값 인하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함 사장을 중심으로 휴게소 품질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굴하기 위해 새롭게 내부적으로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휴게소 업체가 구매해야 하는 재료를 공동 구매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원가를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음식값 자체는 도로공사에서 임의로 정할 수 없는 운영 업체 소관입니다. 원 장관은 이를 충분히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주무부처 장관이 이런 사실을 몰랐어도 큰일입니다.) 그럼에도 인하를 압박하고 이에 제대로 응하지 않자 감찰을 진행한 건 모종의 의도가 깔렸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원 장관은 '휴게소 음식값 인하'가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지난해 9월)라며 '국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앞세웠는데요. 공복으로서 원 장관이 지난 정부 기관장들의 사퇴 압박을 위해 '국민 이익'을 명분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었고, 또 앞으로도 아니기를 바랍니다. 현재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은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사장,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사장,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이 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최지수다른기사
美대선 TV토론 앞두고 해리스·트럼프, 본격 대비 나선다
국토부,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선정해 최대 3천만원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