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SVB사태 이후 '슬로모션' 은행 위기도 가능"
SBS Biz 윤지혜
입력2023.03.30 10:01
수정2023.03.30 10:06
[실리콘밸리 은행(SVB) 로고와 미국 성조기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그레그 입은 29일(현지시간) '금융계가 슬로모션 은행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목의 이날 칼럼에서 천천히 진행되며 서서히 시스템을 갉아먹는 슬로모션 위기라는 또 다른 유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당장 SVB 파산이 현재까지 다른 금융기관에 미친 피해는 종전 금융위기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향후 몇 년간 다수의 은행이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됨으로써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그중에서도 중소 규모의 은행들이 장기간 예금 인출 압박을 받아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통상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똑같을 수 있다고 입 위원은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은행들은 최근까지도 자동차와 부동산 등 담보 가치 상승에 힘입어 낮은 대출손실률을 기록 중이지만, 앞으로는 특히 상업용 부동산에 많이 노출된 소형 은행들의 손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도 나옵니다.
이 시나리오와 비슷한 과거 사례로는 1980∼1994년 미국에서 3천여 곳의 저축대부조합(S&L)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 사태'가 꼽힙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여파로 다수의 S&L과 소규모 은행이 차례로 무너진 당시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금 미국의 은행들도 지난 1년간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보유 채권의 가치가 급락하는 바람에 위험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아미트 세루 스탠퍼드대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 금리인상 여파로 SVB보다 더 큰 자산가치 손실률을 기록 중인 미국 은행은 전체의 11%에 해당하는 500여 곳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금융위기에서 금리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에도 WSJ은 주목했습니다.
1980년대 경기침체와 빌딩 초과 공급, 유가 급락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이 무너지면서 멕시코를 비롯한 몇몇 이머징마켓 국가가 1군 대형은행들에서 빌린 돈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그 파생 상품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다만 지금은 과거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S&P 글로벌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현재 은행들이 보유한 증권의 86%가 연방정부의 보증을 받는 안전 상품으로, 그 비율은 2008년 71%에서 상당폭 늘어났습니다.
경기침체가 디폴트를 초래할 경우 연준의 금리인하로 채권 가치가 상승, 결과적으로 은행의 미실현 손실이 축소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은행들의 진짜 문제는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항목이 아닌 부채 항목이라고 입 위원은 강조했습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연방정부의 '돈 풀기'로 은행들의 예금이 급속도로 불어났으나, 이제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모바일 뱅킹의 발달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불안 심리가 전파되면 손도 못 쓸 정도로 빠르게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SVB의 초고속 붕괴로 입증됐습니다.
연준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소형 은행에서 1천200억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대형 은행들에 660억달러의 예금이 새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지역 기반의 중소형 은행들이 위기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지역 은행들뿐 아니라 증권과 자산운용에 강점이 있는 금융서비스회사 찰스슈왑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저금리로 구축한 7조달러 제국이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금리인상 탓에 장기 채권을 많이 보유한 찰스슈왑의 미실현 손실이 지난해 290억달러로 불어났고, 고객들이 고금리를 찾아 찰스슈왑의 계좌에서 돈을 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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