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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궁금해] 에코프로 3형제의 '떡상'…개미들은 왜 열광할까?

SBS Biz 조슬기
입력2023.03.24 16:34
수정2023.03.25 12:14

"전기차의 심장이 배터리라면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입니다." 2차전지 투자자들은 요즘 유튜브 등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많이 불리는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를 한번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전도사로 잘 알려진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인데요. 그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며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은 양극재 기술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특히, 2차전지 양극재 기술을 옛 고려시대 청자의 비색 기술과 비견할 정도라고 언급했는데요.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반도체 기술과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이 2차전지 양극재 분야에서도 모방할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실제로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의 양과 전압을 결정하는 핵심 물질로 전기차의 핵심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주행 거리를 좌우합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양극재 4대 천왕'으로 에코프로비엠과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네 회사를 꼽는데요. 이들 회사 중 요즘 주식시장에서 핫한 기업은 단연 에코프로비엠입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와 그룹 내 환경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과 함께 '에코프로 3형제'라는 이름을 주식 투자자들에게 단단히 각인시켰는데요. 이들 세 회사가 올들어 보여준 주가 흐름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반도체주가 주춤하는 사이 2차 전지주가 국내증시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에코프로 3형제가 단단히 주연 자리를 꿰찼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남을 주도주 등극한 에코프로 3형제…개미들 환호

그렇다면 에코프로 3형제가 얼마나 올랐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지주사 에코프로와 양극재 제조 부문을 물적 분할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 23일 기준 23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연초 최저점인 9만원대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또 환경 사업을 인적 분할한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도 이날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3% 넘게 오른 8만6천원대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에코프로에이치엔 역시 올들어 100%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준 건 지주사 에코프로입니다. 연초 10만원대 후반이던 주가가 1월 중순부터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며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다가 이달 들어 폭등 주식으로 변모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장중 49만5천5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급 신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는데요. 이를 보면 얼마 전 역사에 남을 주도주라고 평가한 모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가 딱히 허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에코프로 그룹주가 개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점인데요. 이들 주식을 밀어올린 반등 주체가 바로 개인 투자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각각 5천억원, 2천억원 넘게 에코프로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7천3백억원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선 배경에는 이들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다는 나름의 명분도 작용했습니다. 다른 주식도 아니고 기술력과 성장성이 담보된 주식을 왜 하락에 베팅해 이익을 취하려고 하느냐는 겁니다.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개미들 투자 패턴상 가뭄에 단비처럼 나타난 에코프로 그룹주에 공매도를 친다니 해당 주식 보유자들 입장에서는 분명 화가 날 법도 합니다.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동학개미…머쓱해진 기관과 외국인

결과적으로 에코프로 3형제에 투자한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과의 대결에서 현재까지는 이긴 모양새입니다. 에코프로 거래 대금 가운데 공매도 비율은 작년 12월 한때 23%에 달했지만 23일 기준으로 4%대까지 뚝 떨어졌고요.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0%에 육박했지만 현재 2%대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고 보고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사실상 나가떨어진 셈인데요. '숏스퀴즈'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기관과 외국인들이 공매도에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해당 종목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튀어오르는 현상이 에코프로 3형제 주식에서 벌어졌다는 뜻입니다. 최근 들어 오름폭이 유독 가팔랐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서 승리에 열광하는 개미들을 보기가 언짢은 걸까요? 아니면 자신들의 투자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서일까요? 최근의 폭등세를 설득력 있게 분석해줘야 할 증권사들의 투자분석 리포트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미국의 게임스톱 주식처럼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며 폭등한 '밈(meme)주식'이 된 에코프로 그룹주를 외면하는 모양새인데요. 물론 이들 회사가 가진 기술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양극재 기술력 측면에서 에코프로비엠이 선두주자라는 점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분에 중국업체 대신 주문이 몰려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주가에 오롯이 반영됐습니다. 물론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지금의 폭등세는 언젠가는 멈출 겁니다. 다만, 이번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 폭등을 단순히 위태로운 질주로 깎아내리기보다 2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점을 기관 투자자들도 유념해 볼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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