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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불량 식당은 어디?...식약처의 ‘성급한’ 발표가 부른 혼란 [감놔라 배놔라]

SBS Biz 김날해
입력2023.03.09 15:26
수정2023.03.09 17:37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꽤 트렌디한 자료를 냈습니다.

국민들이 자주 시켜먹는 배달음식점들의 위생상태를 점검한 결과였습니다.

우려한 대로였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에, 속이 메스꺼운 조리실 내부를 보니, ‘혹시 나도 먹었나?’ 걱정이 됐습니다.

식약처 자료에 있는 식당 이름을 배달앱에 입력했습니다. 다행히 단골집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적발업소를 배달앱에서 확인 가능하다는 식약처 발표와 달리, 앱에는 아무 고지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별 다섯 개 맛집이었습니다.

배민ㆍ쿠팡ㆍ요기요, 어떻게 이럴 수가?
식약처의 대대적인 발표에도 배달 플랫폼들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직 정식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아 식약처가 공지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식약처는 왜 언론에 떠들썩하게 자료를 내고, 정작 플랫폼들엔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식약처 관계자는 “적발은 식약처가 하지만 행정처분은 관할 지자체 소관”이라며 “지자체가 이의신청 등 업체 소명 절차를 거쳐 최종 처분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일부 업체는 소명과정에서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뭐 하러, 식약처는 서둘러 발표를 했나
의문이 듭니다. ‘서둘러 낸 식약처 발표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식약처의 충격적인 발표에도 정작 소비자는 당장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어느 똑똑한 소비자가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기자들이 보는 보도자료 첨부파일을 열어 식당 리스트를 확인한들, 그 또한 ‘오류’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최종이 아니니까요.

이럴 거면, 식약처가 행정절차 마무리 후 정식 공표와 함께 발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또 절차를 강조한 식약처의 논리 대로면, 일부 식당 주인은 소명 기회도 없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느 음식점이 실제 제재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만한 사유가 있다면, 성급한 발표는 자칫 '낙인찍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식약처 보도 자료에는 최종 처분 전 ‘적발’ 음식점의 상호와 주소가 적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안전기본법에 식약처는 ‘예외적으로’ 검토 중인 사건이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공표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예외 조항’이므로,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혹, 과도한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음식점 측면에서도 ‘실익’을 찾기 어려운 발표였습니다.

서둘러야 할 건 오히려, 적발과 처분 사이에 시차를 줄이는 식약처와 지자체 간 협업시스템으로 보입니다. 배달앱과의 공조를 통한다면 소비자를 서둘러 보호하면서도 선의의 피해를 입을 식당이 없게 할 묘안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식약처의 발표는 의도는 선(善)했을지 모르지만,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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