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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궁금해] 잠잠하던 인적분할 재상장 다시 고개…'소액주주 또 들고 일어날라'

SBS Biz 김기송
입력2023.03.09 10:36
수정2023.03.09 14:34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적분할 재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배주주 지배력이 높아지는 데 반해 소액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9일) 한국거래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인적분할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회사는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OCI, 대한제강, 동국제강, 조선내화 등 10곳입니다.
 
인적분할 재상장 신청 회사는 2019년 3곳, 2020년 6곳, 2021년 1곳, 2022년 상반기 1곳 수준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9곳이 무더기로 신청했고 올해 들어서도 조선내화가 인적분할 재상장을 신청했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인적분할 재상장을 신청한 10곳 중에서는 6곳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한 경우입니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인적분할이란 주주들이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을 동일하게 갖는 기업 분할 방식입니다. 문제는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에 나서면 기존회사가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받아 결과적으로 지배주주가 신설회사에 지배력을 강화하게 되는 '자사주 마법'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앞서 현대백화점 임시주총에서 인적분할이 무산된 것도 이런 영향 탓에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입니다. 인적분할로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배력이 높아지고, 현대백화점 자사주가 홀딩스로 출자되면서 의결권 있는 백화점 주식도 간접 확보하게 돼 대주주의 지배력만 강화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OCI, 동국제강, 대한제강, 조선내화도 각각 이달 정기주총이나 이후 임시주총을 통해 인적분할 안건 표결을 앞두고 있으나 주주들의 시선은 비판적입니다. 특히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심사 중인 대한제강(24.7%)과 조선내화(20.0%) 역시 자사주 지분율이 인적분할 추진 기업 평균(9.1%)보다 매우 높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될 우려가 있습니다. 대한제강은 1년 내 취득한 자사주가 12.2%에 달해 인적분할 이전에 일부러 자사주 비율을 높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이 때문에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인 '자사주 마법'을 막기 위해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 세미나에서 "자기주식의 본질을 고려할 때 자기주식을 미발행주식 혹은 소각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자사주 마법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것은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규제체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일관적 규제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기업이 인적분할을 위해 단순히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해서 이를 마법의 재료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적분할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인적분할마저 색안경을 끼고 들여다본다면 기업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할하려는 기업에 자사주가 얼마나 있는지, 자사주를 왜 매입하게 되었는지와 그 활용 방안이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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