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커피 1잔에 6시간 '카공족'·'과외족'…속 터지는 카페 주인들

SBS Biz 문세영
입력2023.03.08 10:04
수정2023.03.09 12:02

[자영업자 모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차 한 대 주차 자리 차지해서 8시간 동안 있어요. 멀티탭으로 계속 충전하고 외부 음식 들고 와서 점심 저녁까지 먹어요."

지난 7일 카페 운영자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 카페 사장이 '역대급 빌런, 카공족'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는 한 손님을 '빌런(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 카공족'으로 칭했습니다.

작성자는 해당 손님이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고, 카페 영업 시작 시간인 오후 12시부터 마감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총 8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해 작업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해당 손님은 카페 이용객만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 3자리 중 한 자리를 8시간 동안 차지했으며, 개인 소유의 멀티탭을 콘센트에 연결해 계속 충전했다고 작성자는 전했습니다.

이어, "해당 카공족 분은 프랜차이즈 프레즐이나 파리바게트 빵봉지를 들고 와서 매일 점심 저녁으로 때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글에는 많은 자영업자들의 공감 댓글이 달렸는데, "빌런들은 본인들이 빌런인 걸 모른다", "우리 가게에는 오전 10시부터 마감 오후 9시까지 있던 손님도 있었다", "시간제한 걸어라", "주차 2시간 이상 징수한다고 해라" 등 게시글 작성자의 심정에 공감하거나 자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거나 진상을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카공족은 골치 덩어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요금과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카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었는데, 커피 한 잔에 장시간 머무는 카공족이 늘면서 카페 회전율이 줄어들어 매출 타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개그 전문 채널 '너덜트'가 업로드한 '카페 전기 도둑'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대학생들이 개인 카페에서 가장 값이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킨 뒤, 멀티탭을 챙겨 와 노트북과 휴대폰,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카페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하며 장시간 앉아있는 일부 손님을 풍자한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카공족을 잘 표현했다"며 공감했습니다.
 
[자영업자 모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일부러 노래를 크게 튼다” “콘센트를 전부 막아 버렸다” 등 자구책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오늘도 카공족으로 고통받으시는 사장님들을 위한 팁'이라며 오래 머무는 카공족들의 와이파이를 제한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카공족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럼 나도 진상 카공족?'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본인이 카페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유하며, 하루에 머무는 시간과 카페에서 주문하는 금액을 나열해 "저도 진상 카공족에 속할까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카페를 찾는 학생과 직장인 등은 마땅히 시간을 보낼 공간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스터디카페 비용은 2시간에 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크게 올랐고,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비일비재하며,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취업준비생 신모씨(28)는 "주변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했다가 나가달라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며, "물론 인터넷 글에서 보는 카공족 빌런들은 너무하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갈 데 없는 취준생들에게 카페는 널찍한 공간에서 편히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시설이 부족해 카공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얼어붙은 취업시장 분위기가 학생을 넘어 직장인, 은퇴한 노년층까지 카페로 내몰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역량을 계속 요구받는 시대에 살다 보니 카공족 중 직장인이나 노년층도 늘고 있다"며 "카페라는 공간의 공적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갈 곳 없는 이들이 카페로 모인다고 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갈무리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문세영다른기사
싸다고 샀더니…테무 아이 겨울옷서 유해물질 '622배'
이한준 LH 사장 "1기 신도시 이주주택, 분당 유휴부지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