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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인사제도' 몸살…'깜깜이·상사 줄세우기' 승진 임직원 '뿔'

SBS Biz 배진솔
입력2023.03.07 15:46
수정2023.03.09 15:51

"아무리 현장에서 노력하고 고과를 잘 받아도 윗사람 눈에 안 띄면 승격되기 어려운 거예요." 

#삼성디스플레이 기술팀 임직원 A 씨는 올해 정기 진급대상자지만 CL3(옛 과장·차장) 승격에서 떨어졌습니다. CL2(옛 사원·대리) 8년 중 고과만 6개이고, 어학점수도 충족했지만 새로 도입된 '역량진단' 평가와 '특화역량' 평가에서 뒤집어졌습니다. 과거 암묵적으로 CL3진급은 8년 동안 고과 3개, 어학 3·4급이면 무난히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TO 공개도 안되고, 승격 대상자도 개개인만 알 수 있고, 불만이나 이의신청을 해도 전혀 반영이 안된다"며 "눈 가리고 승격 안 됐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새로 시행된 승격제도를 적용해 부장·차장·과장급 승진 인사를 실시한 이후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개인의 전문성을 평가해 인재는 조기 승진시키겠다는 도입 취지와 다르게 '상사 줄 세우기' 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도입 첫 해부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신 인사제도는 우수 인력에 대한 기회 확대가 아니라 오로지 부서장의 권한 강화를 위한 제도임이 명백하다"며 승격제도에 새로 도입된 역량진단 및 특화역량 평가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우수 인력에게 승격 도전에 대한 기회가 확대되는 제도라고 주장했으나 실상은 저연차 사원들에게 역량진단 점수를 낮게 주도록 피플팀(옛 인사팀)이 부서장들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 또한 내부적으로 승격제도에 대한 불만이 감지돼 현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는 연차와 입사 조건 등에 따라 CL1(고졸·전문대졸), CL2(사원·대리), CL3(과장·차장), CL4(부장) 등의 직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년 조기 진급을 '발탁 승진', 2년 조기 진급을 '발발탁 승진'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새로 시행되는 승격제도에 따라 업적평가 50점, 역량진단 30점, 특화역량 20점(부문별로 상이)으로 평가해 근속연수가 낮더라도 역량진단·특화역량 50점으로 뒤집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특화역량 비중이 전체 20%를 차지함에도 해당 점수는 공개되지 않고 어떤 기준에서 점수를 매기는지 알 수 없어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사 줄 세우기' 점수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한 임직원 B 씨는 "역량을 아무리 높게 줘도 특화에서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 부분은 비공개라 신뢰도가 떨어지고 불만이 나온다"며 "팀장님이랑 그룹장님에게 뭐 잘못한 거 있나 되돌아보게 되고 원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블라인드에도 "순한 예스맨으로 조용히 다니면 진급할 듯", "3000자 소설만 쓰게 하고 희망고문했다", "윗선에서 밀어주는 것으로 진급 결정한다. 애사심 떨어진다" 등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역량진단 평가에서는 도전·혁신, 문제해결, 협업, 업무관리, 전문지식, 추진력, 커뮤니케이션, 리스크 관리 등 8개 역량에서 LV1~ LV5까지 측정하는데, 이 기준표 자체가 주관적이라 팀과 그룹별로 평균 점수 또한 다릅니다. 

예를 들어 A파트 평균이 3점, B파트 평균이 4점이라면 똑같은 3.5점인 임직원은 A파트에서는 진급하고 B파트에서는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진급 TO가 공개되지 않는 점도 임직원의 불만을 키웠습니다. 누가 탈락했는지 누가 올라갔는지 말하지 않으면 옆자리 동료도 모르기 때문에 '깜깜이' 인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하람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 노조위원장은 "처음 실시하는 만큼 더 투명하게 해야 하는데 직급과 진급 명단, 점수 등 모두 비공개로 해버리니 내부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임금교섭 과정에서도 역량진단, 특화역량 폐지, 상위 고과제 다면 평가 도입 등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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