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미운털 박힌' 인적분할…투자자들이 싫어하는 이유 있다
SBS Biz 조슬기
입력2023.02.24 12:21
수정2023.02.27 13:42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에서 유행처럼 번진 기업들의 물적분할 움직임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언짢은 소식이었습니다.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회사의 알짜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모두 가져가 버린 탓에 소액 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공모주 청약증거금 114조 원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요. 당시 공모주 청약 흥행 이면에는 LG화학 투자자들의 눈물이 서려 있습니다.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LG엔솔의 주식을 따로 배정받지 못했을뿐더러 알짜 사업인 2차전지 배터리 사업을 분리한 영향으로 기업가치 하락을 이중으로 떠안아야 했습니다.
때문에 기존 소액 주주들에게도 신설회사 주식이 분할 비율에 따라 일정하게 주어지는 수평적 기업분할 방식인 인적분할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게 됐는데요.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기업가치 재평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적어도 물적분할보다는 인적분할이 더 주주친화적으로 평가받았던 이유입니다.
비용 없이 오너 지배력 높이는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
그러나 이러한 인적분할 방식에도 허점은 숨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통해 마법(?)을 부려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해 온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서인데요. 지배구조 개선 명목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해온 기업들의 상당수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통해 배정된 지분만큼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신설된 회사의 신주를 존속 회사 주식과 맞교환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 말이죠.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2000~2021년 지주회사 전환 관련 상장기업 인적분할 현황 자료를 보면 기업들이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을 통해 어떻게 지배력을 키워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인적분할 144건 중 지주회사 전환 관련 82건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마법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특히, 자사주 마법과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을 동원해 이들 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13% 늘어나는 동안 개인 투자자 지분은 6% 줄었습니다.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비용을 개인 투자자들이 지불해 온 셈입니다.
이러한 인적분할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된 곳이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인데요. 자사주 마법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꾀하다 개인 투자자 등 외부 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져 지주사 전환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이용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만 우선 순위를 둔 나머지 소액 주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상대적으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인적분할 앞둔 상장 기업들 비상…누구에게 좋은 인적분할?
당장 올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목적으로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상장사들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OCI, 동국제강, 대한제강, 조선내화 등이 현재 인적분할 추진과 함께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배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경영 효율성 강화, 미래 성장 동력 발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 기업 구조 선진화 등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포장하든(?) 소액 주주들 입장에서는 전보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누구에게 좋은 인적분할인가'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결론만 놓고 보면 경영 효율성 제고나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와 이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보다는 오너 일가의 이익 독점,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 더 컸던 게 현실입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만 봐도 단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인적분할의 목적이 기업과 주주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투자자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법과 제도를 정비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인적분할도 앞서 물적분할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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