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35도→14도…20도 떨어지는 데 100년 걸렸다
SBS Biz 문세영
입력2023.02.23 10:25
수정2023.02.25 09:03
일제강점기 시절 35도였던 소주는 40년 만에 30도로 내려왔고 이후 1970년에 처음 25도로 떨어진 후, 계속해서 30년에 걸쳐 22도까지 떨어지다가 올해 14도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소주는 '독주'였다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3천200여 개에 달한 소주 제조 업체에서 내놓은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 증류식으로 35도였습니다.
이후 1965년에 30도짜리 희석식 소주가 등장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진로가 희석식 소주를 처음 내놓은 1965년만 해도 소주는 지금처럼 국민 술이 아니었고, 국내 술 시장에서는 막걸리가 1등이었습니다.
'소주=25도'1970년대 이후 소주의 도수가 25도로 떨어지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73년 알코올 도수를 5도 내린 '25도 진로'가 등장하면서 소주가 술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된 것입니다.
이때 25도 소주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대중에게는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습니다.
'소주=25도'라는 인식이 25년간 이어지다가, 1990년에 들어서면서 21도, 23도 소주가 하나 둘 등장하면서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깨지기 시작했으며, 소주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도수를 낮추는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2000년도부터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 '가속화'1998년 참이슬이 등장하며 23도로 도수가 낮아졌습니다.
이후 2002년 22도 참이슬이 나온 데 이어 2006년에 참이슬은 20.1도까지 낮아졌습니다.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이 계속되자, 처음처럼이 '20도 소주'를 2006년에 내놨습니다.
이에 맞서 같은 해에 0.2도 낮아진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시가 출시되면서, 소주 10도대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어 2007년 19.5도인 참이슬 후레쉬, 19.5도인 롯데 부드러운 처음처럼 등 알코올 도수 낮추기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2014년에 접어들면서 17도대, 2019년에는 16도대 소주가 등장했습니다.
2019년엔 하이트진로가 16.9도 소주 ‘진로이즈백’을 론칭하면서 16도대 소주의 포문을 열었고 처음처럼도 이에 발맞춰 도수를 16.9도로 내렸습니다.
현재로서는 16도가 가장 낮은 도수의 소주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전·충남·세종지역 소주 제조 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최근 국내 최저 도수인 14.9도 소주 '선양'을 3월 2일에 출시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왜 '도수 낮은 소주'가 유행하지?…'독주' 꺼리는 문화 확산이런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의 배경에는 '독한 술'을 기피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주가 예전에는 회식 등에서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문화 속에서 소비되면서 도수가 높은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소주가 소비재이자 기호식품으로 혼자서도 마시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랑 단란하게 마시는 등 향유하는 문화에서 마시는 것으로 바뀌어서 빨리 취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게 됐다"며 도수 낮은 소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TV광고가 낮은 도수 소주의 열풍을 이끈 주역이라고 설명합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가 넘는 술은 TV에 광고를 할 수 없습니다.
TV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엔 광고를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도수가 17도 아래로 내려오면 오후 10시 이후부턴 TV 광고가 가능해집니다.
한편, 업계에서는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알코올 도수를 낮출 때마다 '술맛이 떨어진다' 혹은 '물비린내가 난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국내 첫 14도대 소주인 맥키스컴퍼니 소주 신제품 '선양'(사진=맥키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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