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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포커스] SD바이오센서, ‘재고 리스크’ 키운 회계변경

SBS Biz 이광호
입력2023.02.21 17:30
수정2023.12.20 14:50


최근 게시된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의 지난해 실적 공시를 보면 "전년동기 실적은 변경된 회계정책을 소급 반영한 수치"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바뀐 회계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회계정책 변경이 흔히 벌어지는 일은 아닌데, 이례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이 결정이 SD바이오 회계 장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애초 의도와는 달리 이익이 부풀려져 보이고, 이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SD바이오가 바꾼 회계정책은 재고자산의 계산법입니다. '선입선출법'이란 방식을 '총평균법'으로 변경했습니다. 선입선출법이란, 기업의 제품이 만들어지고(혹은 수입하고)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먼저 들어온 게 먼저 나간다고 가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 제품을 순서대로 300원과 100원, 200원을 들여서 만들었고, 이 중 어떤 제품인지 모르지만 1개의 제품이 팔렸다면 가장 먼저 만들어진 300원짜리 제품이 팔렸다고 보는 겁니다. 이 경우 재고는 원가 100원짜리 제품과 200원 제품을 합쳐 300원이 됩니다. 
 

총평균법은 좀 다릅니다. 일단 제품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전체 제품의 평균 원가를 계산하고, 팔리면 그 개수만큼만 뺍니다. 위 경우를 대입하면 3개의 제품을 만드는 데 총 600원이 들었으니 개당 평균 200원을 썼고, 한 개가 팔리고 두 개가 남았으니 재고는 400원입니다. 같은 상황이지만 계산에 따라 재고에 100원의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왜 회계 방식 바꿨을까
회계사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의 계산법을 바꾸는 가장 일반적인 요인은 환율입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원료 수입 가격이 오를 때, 선입선출법은 과거에 싸게 들여온 물건을 먼저 내보내는 것으로 계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이 잘 팔리더라도 재고가 천천히 떨어집니다. 만약 제품이 덜 팔려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라면 과거 싸게 만들었던 물건들만 조금씩 팔려나가니 재고 평가액도 빨리 커집니다. 

이제 SD바이오가 선입선출법을 버리고 회계정책을 바꾼 시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21년 11월은 월간 일평균 확진자 2천751명, 12월은 5천922명을 기록하는 등 하루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팬데믹이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엔데믹 이야기도 이때쯤 힘을 얻기 시작했고, 한국은행은 이미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올라가는 금리, 높아지는 물가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원가는 오르고 재고가 소진되는 속도는 느려질 거란 예상이 충분히 설득력을 얻었을 시점이었습니다. SD바이오 입장에선 떨어지는 매출 속 재고자산이 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키우고 싶었을 것이고, 선입선출 대신 총평균을 택할 만한 유인이 있었다는 게 회계사들의 분석입니다. 

물가는 치솟았는데…예상 못한 재유행

문제는 상황이 모두 예상처럼 흘러가진 않았다는 겁니다. 금리와 물가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치솟았지만 코로나 기간은 길어졌습니다. 2022년 새로운 재유행이 찾아왔고, 일일 확진자는 최근에도 꾸준히 1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SD바이오의 자가진단키트는 여전히 잘 팔렸고, 지난해 매출은 2021년 대비 0.1%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면역화학진단(자가진단키트) 제품의 공장 가동률은 2021년 60.4%에서 지난해 3분기 75.4%로 오히려 급등했고,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4.46회로 2021년 3.78회보다 커졌습니다. 

그렇게 엔데믹이 미뤄진 1년 사이 물가와 금리의 상태는 2021년과 크게 달라져 이제 금리 정점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SD바이오 입장에선 과거에 만들어 쌓아 둔 물건들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질 개연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원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현재 SD바이오가 택한 총평균 방식은 이전의 비쌌던 원가를 적극적으로 평균에 반영해 재고 증가 속도를 높이게 됩니다. 

수량 대비 재고 평가 액수가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재고자산이 늘면 재무상 기업의 매출원가가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익이 늘면 좋은 일이긴 한데, 재고가 쌓이면서 생긴 불안한 이익 속에 실질적으로는 법인세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충당금 문제도 있습니다. SD바이오는 현재 재고에 대한 충당금을 쌓고 있습니다. 매 분기 일부를 손실로 처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충당금은 원가에 연동해 산정되기 때문에, 앞으로 재고자산이 커진다면 충당금의 액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충당금을 얼마를 쌓든 법인세가 줄어들진 않습니다. 충당금을 일부러 쌓아 법인세를 줄이는 전략을 피하기 위한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SD바이오는 "당시 물류 관리를 위한 ERP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는데, 해당 시스템에 적용되는 재고 계산법이 총평균법이었다"며 "물가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러 ERP시스템 중 왜 굳이 회계 방식을 바꿔야만 하는 시스템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1년의 예상이 많이 빗나갔던 것처럼, 2023년의 예상도 빗나갈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재고 리스크를 1년 유예했다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한 SD바이오의 상황이 실제 어떻게 변화할지는 이후 경기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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