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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손보사들 '운전자 특약' 공들이는 이유 있었네

SBS Biz 조슬기
입력2023.02.16 16:27
수정2023.02.17 12:04


운전자보험 시장을 둘러싼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입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형사합의금이나 변호사 선임비용, 벌금 등을 보장하는 상품인데요. 자동차 사고에 대한 높아진 운전자 책임 부담과 이를 겨냥한 손보사들의 운전자 보장 강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손보사간 상품 경쟁이 치열해진 지 오래됐지만 최근 다시 불이 붙은 모습입니다. 



DB손해보험이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아 내놓은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 탑재 운전자보험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경쟁사들이 잇따라 같은 형태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기존 운전자보험이 구속 혹은 검찰에 의해 공소가 제기되거나 약식기소 후 재판이 진행된 경우에만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했다면, 해당 상품은 기소 전 변호사 선임비용까지 보장 범위를 5천만 원까지 늘린 게 특징입니다. DB손보가 해당 상품을 독점 판매할 당시 월 신규 가입자가 70% 가까이 늘 정도로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속속 뛰어든 겁니다. 

현재 KB손해보험을 비롯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이 해당 특약을 탑재한 운전자보험 상품을 출시했고요. 과도한 상품 경쟁을 우려해 상황을 지켜보던 업계 1위 삼성화재도 고심 끝에 보장 한도를 7천만 원으로 늘려 운전자보험 특약 전쟁에 최근 합류했습니다. 그러자 DB손보 역시 특약 보장 한도를 재차 삼성화재만큼 늘려 운전자보험 시장 사수를 위해 맞불을 놓는 등 경쟁이 연일 뜨겁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비단 변호사 선임비뿐만이 아닙니다. 6주 미만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그러니까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6주 미만의 상해를 입을 시 피해자와 합의를 위한 비용과 관련한 특약 경쟁도 치열한데요. 삼성화재가 이 부분과 관련한 한도를 800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으로 확대하자 DB손보는 1천300만 원으로 보장 한도를 더 확대했습니다. 해당 특약의 보장 범위가 통상 250만 원에서 7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보장 한도가 높아진 겁니다. 

그렇다면 손보사들은 왜 이렇게 운전자보험 경쟁에 목을 매는 걸까요? 특약 관련 과열 경쟁과 변호사비 과대 청구로 인한 손해율 증가, 이로 인한 보험료 상승 부작용 우려가 예상되는 데도 말이죠. 업계 안팎에서는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자동차보험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손해율 구간이 평균 80%대인 것과 비교해 운전자보험 손해율은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작년 2분기 기준으로 56% 정도라고 하니 이익폭만 놓고 보면 자동차보험보다 훨씬 큰 셈입니다. 운전자보험이 보장성보험 중 하나라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새 회계제도, IFRS17 하에서는 보장성보험이 '질 좋은 수익'으로 인식된다는 점도 운전자보험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로 꼽힙니다. 



여기에 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 대한 책임이 갈수록 강화되는 사회적 추세와 해당 위험을 회피하려는 보험 수요가 맞물려 다양한 특약 형태로 운전자보험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점도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에 힘을 쏟는 주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런 운전자보험의 확장성 때문일까요. 생명보험사들이 몇 년 전부터 이 시장에 꾸준히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지만 손보사들이 그간 다져온 시장 내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아직 버거워 보입니다. 

어찌됐건 운전자보험은 다양한 형태로 타사 고객을 공략할 여지가 높은 상품 특성을 갖고 있어 경쟁력만 갖춘다면 언제든 판매를 끌어올릴 여지가 높은 상품으로 업계에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직 연간 1천억 원대에 불과한 시장이지만,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인 만큼 운전자보험을 둘러싼 상품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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