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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한무쇼핑만 '쏙'…현대百 '뿔난 소액주주 무섭네'

SBS Biz 엄하은
입력2023.02.13 13:20
수정2023.02.13 15:26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최근 현대백화점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계획이 무산된 가운데 시장에선 권리를 찾기 위한 소액 주주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현대백화점 주주총회에서 '현대백화점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부결됐습니다. 특별결의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6%로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별결의정족수 미달(64.9%)로 부결된 겁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을 지주사(홀딩스)와 사업사(백화점)로 쪼개고 사업사에 종속돼 있던 한무쇼핑을 지주사에 편입, 지누스와 면세점은 사업사에 남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적분할을 통해 한무쇼핑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적극적인 인수합병 투자를 진행하겠단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한무쇼핑은 국내 기업 인수 시 지분을 100% 취득해야 하지만, 한무쇼핑이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회사가 될 경우 이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액 주주 반발 거세…'앙꼬 없는 찐빵'  
하지만, 소액 주주 반발이 거셌습니다. 한무쇼핑을 사업사인 현대백화점이 아닌 지주사 현대백화점홀딩스 밑에 두겠단 것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이른바 '알짜'로 불리는 한무쇼핑은 지난해 9월 기준 총자산이 2조 5천억 원을 넘어섰고, 2021년 기준 백화점부문 영업이익의 40%가량을 차지했습니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을 종속기업으로 분류, 회계상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있습니다. 인적분할을 통해 백화점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무쇼핑이 빠지게 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란 소액 주주들의 우려가 컸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현대백화점은 6.6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적분할 시 기존 현대백화점의 자사주 비율 만큼 현대백화점홀딩스도 동일한 규모의 신주를 보유하게 됩니다.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인적분할 후 신설되는 지주회사, 홀딩스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단 계획을 밝혔지만, 시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최남곤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사주에 신주가 배정되는 '자사주 마법 효과'는 유지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적분할 불발, 무엇이 남았나
시장은 소액 주주의 적극적인 권리 찾기 움직임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남곤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이 정도의 의결권이면 주총 통과가 무리 없이 진행됐으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라면서 "앞으로 36% 수준의 보유 의결권만으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추진 시에는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의사 결정을 전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는 한편, 향후 재추진 계획은 없음을 공식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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