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 왜 말이 다르죠?
SBS Biz 신채연
입력2023.02.01 16:41
수정2023.02.02 12:01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97% 급락한 약 2천700억 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데, 지난 31일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감산', 왜 그렇게 중요해?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0.7%로 1위입니다. 그 뒤로 SK하이닉스 28.8%, 마이크론 26.4%입니다.
낸드플래시 점유율도 삼성전자가 1위입니다. 지난해 3분기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1.4%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뒤이어 키옥시아 20.6%, SK하이닉스 18.5% 등입니다.
반도체는 침체와 성장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보통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가 부진하면 공급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조절하면 현재의 반도체 불황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메모리) 재고가 쌓이고 가격 하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재고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요가 발생해 재고가 줄면 좋지만 지금은 수요가 없기 때문에 생산을 줄여 재고의 증가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감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평균 가격은 1.81달러로, 한 달 전보다 18.1% 하락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D램 가격이 1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전자, 사실상 '감산' 돌입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지속한다. 올해 캐펙스(설비투자)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삼성전자가 감산에 선을 그었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설비투자와 감산을 연관시키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설비투자와 감산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설비투자가 새로 공장을 짓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감산은 기존 라인의 가동률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설비투자 축소'와 '감산'을 같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을 시사했다고 해석합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생산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엔지니어링 런 비중을 확대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에 따라 캐펙스(설비투자)의 R&D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그로스)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엔지니어링 런은 시험 생산으로 일종의 연구개발(R&D) 활동입니다. 비트그로스란 메모리 용량을 1비트(bit) 단위로 환산해 생산량 증가율을 계산한 것입니다.
이 센터장은 "의미 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언급한 활동 중에 '라인 운영 최적화와 유지보수 강화'는 장비를 일정 기간 멈춰야 해 가동률과 생산이 줄어든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엔지니어링 런과 설비투자의 R&D 비중 증가는 양산라인 대신 R&D 라인의 생산능력이 늘어나 그만큼 생산이 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한 라인 운영 최적화를 추진해 자연 감산 효과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적자 전환"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신영증권은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 전망치를 2조 2천억 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화증권은 1조 7천910억 원, 미래에셋증권은 1조 7천억 원으로 관측합니다.
채 연구원은 "올해 1분기가 제일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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