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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中 위협 방어하는데 주한미군 필요하다 말해"

SBS Biz 윤지혜
입력2023.01.25 08:37
수정2023.01.25 08:40

[지난 2018년 10월 7일 평양에서 열린 오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 국면에서 자신이 중국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 주장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4일 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2018년 3월 30일 첫 방북길에 올라 김 위원장과 대화한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대화 중 '중국공산당은 늘 미국에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신나서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고 적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수 있도록 미군이 철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화를 근거로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한반도에 미국의 미사일과 지상군 전력을 강화해도 북한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포기해도 정권과 목숨을 잃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달리 북한 정권이 생존할 수 있으며 번영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협상을 타결하면 미국 마이애미의 해변으로 초청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쿠바산 여송연을 피울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난 이미 카스트로 일가와 훌륭한 관계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와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45분마다 '중요한 전화'를 받기 위해 대화를 중단했는데 이 전화는 애연가인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전했습니다.

그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해 "내가 만난 가장 고약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과 악수하면서 "우리는 지난 50년간 풀을 뜯어 먹었고, 앞으로 50년을 더 그럴 수 있다"고 했고, 이에 폼페이오는 "점심이 기대된다. 난 풀을 쪄먹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응수했다고 적었습니다.

한편 폼페이오 전 장관은 북한으로 출발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데니스 로드먼(전 미국프로농구 스타)과 김정은에 관해 이야기해봤나"라고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드먼에게 전화해봐. 그는 나를 사랑하고 김정은을 잘 안다"며 "다만 점심 전에 전화해야 해. 그 이후에는 보통 술이나 마약에 취해있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의 회담장에 들어서자마자 김 위원장이 통굽 신발을 신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키보다 약 30cm 정도 작은 게 눈에 들어왔다며 "5피트 5인치(약 165cm) 정도의 김 위원장은 단 한치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안보팀 일부가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을 반대했지만 세계는 김정은이 "피에 굶주린 두꺼비"(bloodthirsty toad)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상관없었고 핵 공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 그런 위험을 부담할 가치가 충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미국은 남한의 대북 투자사업 일부를 허용하는 대가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받아내려고 했지만, 북한이 완전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해 무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미국, 한국, 북한 3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과정에 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이 달랐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역사적 만남에 참여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폼페이오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요구를 대응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고 문 대통령을 존경하지도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끝없이 당근(회유책)만 강조하고 채찍(강경책)은 없었다"며 한미 간 대북 접근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그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자신이 일본계라는 이유로 한국 주재 대사를 맡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대사 재임 기간 한국의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일본 총독을 연상시킨다고 하는 등 그의 혈통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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