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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SBS Biz 송태희
입력2023.01.20 10:50
수정2023.01.23 10:25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유독 귀를 사로잡은 발언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겔싱어 CEO는 지난 현지시간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향후 50년 동안에는 반도체가 어디에서 생산되느냐에 따른 기술 공급망이 석유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지정학의 판도가 석유 매장 장소가 아니라 반도체 생산 지역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석유패권시대 혼란기를 겪어 본 세대는 기억할 것입니다. 
1970, 80년대 중동 전쟁, 오일 쇼크, 그리고 불황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해외에서는 전쟁 소식, 국내에서는 실업, 도산 등 경기 침체 뉴스를 들어야 했습니다.  
당시 뉴스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이끌었던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우리 대통령만큼이나 자주 등장했습니다.

모골이 더 송연해지는 것은 반도체 지정학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의지와 추진력은 빠르고 강력합니다. 설계, 장비, 생산 등 반도체 모든 중심을 아시아에서 북미로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공급망을 중국 영향력에 취약한 아시아에 그대로 놔두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칩4(팹4) 동맹으로 우선 일본, 대만, 한국을 중국으로부터 떼어 놓더니 이제는 가시적으로 반도체 생산의 중심을 북미로 옮기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10일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만나 북미 반도체 공급망 확충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안보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중국의 위협과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미국의 밑그림 위에 그려진 것입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과거 냉전 구도에서 성장해서 탈냉전시기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그런 큰 판이 변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미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변화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일본은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대만과 일본은 우리를 순식간에 따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생산은 미국에서, 판매는 중국에게...이런 모순된 판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삼성과 SK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관련 법을 반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세계 지정학의 판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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