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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인사이드] '자산 33조' 덩치 키운 KB라이프…시장 메기될까?

SBS Biz 류정현
입력2023.01.19 13:15
수정2023.07.06 13:27

[앵커]

새해부터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쳐진 KB라이프생명이 탄생한 건데요.

자산 규모가 30조 원이 넘는 데다가 기존의 두 회사가 갖고 있던 강점을 모두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생명보험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KB라이프는 그간 생명보험 시장에 공고했던 '3강 체계'를 깨뜨린다는 야심 찬 포부도 내놨습니다.

그런데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금융부 류정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KB라이프의 탄생 배경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말씀하신 대로 KB라이프는 KB금융그룹이 본래 갖고 있던 KB생명이라는 보험사와 외국계 생명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한 통합 법인입니다.

보통 KB금융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은행이든, 카드사든, 손해보험사든 간에 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생명보험 시장에선 얘기가 좀 다릅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요.

푸르덴셜생명과 합치기 전 KB생명의 자산 총계는 약 10조원을 간신히 넘기는 정도였습니다.

전체 23개 생명보험사 중에서 하위권에 해당하는 17위에 머물렀는데요.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경쟁을 하고 있고, KB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은 3~4위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초라한 성적이죠.

이 때문에 KB금융의 생명보험사 육성은 숙원사업으로 꼽혀 왔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였는데요.

이런 차원에서 지난 2020년 4월 KB금융지주는 약 2조 3,400억 원을 들여 당시 알짜매물로 꼽혔던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고요.

이후 푸르덴셜생명이 KB생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두 법인을 합쳐서 지난 2일 KB라이프생명이라는 생명보험사가 탄생했습니다.

[앵커]

그럼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기자]

두 회사가 서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건데요.

지난 1991년부터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던 푸르덴셜생명은 보험설계사 조직과 같은 오프라인 영업망이 촘촘했습니다.

KB생명은 국민은행과 연계한 방카슈랑스 판로가 강점이었고 온라인 채널도 주요 판매 경로로 활용해왔습니다.

몸집도 훨씬 커졌는데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약 33조 5천억 원이 됩니다.

업계 7위인 동양생명 바로 밑에 자리하게 돼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 셈입니다.

기존에는 푸르덴셜생명이 딱 10위였고 KB생명은 순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달라진 겁니다.

[앵커]

그런 와중에 KB라이프가 '3강 체계'를 깨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일 있었던 출범식에서 공개된 내용인데요.

이날 행사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지주 주요 임원이 총출동했고 같은 그룹 형제 보험사인 KB손해보험에 김기환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무게감이 있는 자리였단 뜻이겠죠.

이 자리에서 KB라이프는 앞으로 7년 뒤인 오는 2030년까지 업계 3위에 오르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 조직을 활용해 GA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의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고요.

모든 금융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플랫폼 강화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됩니다.

현재 생명보험 업계 상위 3개 회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그리고 교보생명인데요.

이들과 KB라이프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자산 규모만 놓고 봐도 상위 3개 회사는 100조 원이 넘어가는데 KB라이프는 30조 원 초반 선에 불과합니다.

3위는 고사하고 4위인 신한라이프와 비교해도 2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KB라이프가 나름 속도를 내겠지만 빅3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건데요.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실제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라기보다는 내부 사기진작을 위한 선언적인 차원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재무적으로 불안한 신호도 감지된다고요?

[앵커]

네, 그렇습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죠.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4일 KB라이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습니다.

출범한 지 꼬박 사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푸르덴셜생명보험이 KB생명을 흡수한 형태이기 때문에 푸르덴셜생명보다 KB라이프의 신용등급을 더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 기존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KB생명이 보장성 보험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축성보험을 주로 취급해왔다는 점이 꼽혔고 향후 사업비 지출이 늘어날 거란 부분도 이유로 거론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푸르덴셜생명은 연평균 2천억 원 가까운 순이익을 봤는데 KB생명은 179억 원의 순손실을 봤습니다.

수익성뿐 아니라 자본력에서도 통합 법인이 푸르덴셜생명보다는 당장은 낮아질 것으로 평가됩니다.

[앵커]

두 조직의 원만한 내부 통합도 과제로 꼽히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합병 회사들이 마찬가지겠지만요.

단순히 물리적으로 합쳤다고 해서 완벽하게 하나가 됐다고 봐서는 안 됩니다.

통합 이후 내부직원들이 얼마나 잘 뭉치고 또 얼마나 안정감을 느끼는지가 관건인데요.

관련해서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업무의 중복이라든가 잉여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이라는 것들이 예상이 되는 만큼 일자리 문제에 대한 불안함이 제기가 될 거고요. 그다음에 나올 수 있는 두 번째 문제가 처우의 문제일 겁니다.]

KB라이프보다 먼저 탄생한 신한라이프는 실제로 이런 문제로 고충을 겪었습니다.

신한라이프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쳐져 지난 2021년 7월 출범했는데요.

두 회사의 직급과 임금 체계가 달라서 이를 통일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신한생명 측 노조가 사측 의견에 반대입장을 나타내면서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KB라이프도 출범 직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주환 대표는 지난해 말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통합 워크숍을 개최했고요.

출범식 축사에서도 '동행'을 키워드로 강조했습니다.

출범식이 끝난 후 새해 첫 행보 역시 종합상황실을 방문해서 양사 시스템의 통합 상황을 점검하는 일이었습니다.

KB금융그룹은 이번 KB라이프의 탄생으로 일단 비은행 포트폴리오 외형은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KB라이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지, 그리고 선언한 대로 실제 3강 구도를 깰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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