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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테슬라가 쏜 거품론에 '불' 공포까지…전기차 꺾이나?

SBS Biz 김완진
입력2023.01.16 14:46
수정2023.01.16 16:50

[제주 서귀포시 전기차 화재 현장 (사진=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전기차 시장을 감도는 '불'의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9일, 세종시 국도를 달리던 테슬라 모델Y 전기차가 반대편 차량과 부딪혔고, 불이 나면서 차가 모두 탔습니다. 소방인력 50여 명과 소방차 등 장비 17대가 동원됐지만 불을 다 끄는 데 80여 분이 걸렸습니다.

지난 7일에도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 앞에 세워둔 테슬라 모델X에서 불이 났고 170여 분 만에 꺼졌습니다. 지난해 8월과 12월에도 현대차 아이오닉5에서 불이 났고, 끄는 데 각각 4시간, 2시간 걸렸습니다.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4만여 대로, 1년 사이 35% 늘었습니다. 화재 사고는 2020년 11건에서 2021년 22건으로 두 배 늘었습니다.

충전이나 주차 중인 상황에서도 불이 나는 경우가 줄잇자 전기차 출입을 막는 곳까지 생겼고, 이런 분위기 속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심리도 커졌습니다.
[성남시 수정구 모 빌딩 전기차 출입금지 현수막 (사진=네이버 카페)]

테슬라 판매 18% 넘게 줄어…가격 20%까지 내려
한 때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왔던 테슬라는, 지난 해 판매량이 18.3% 줄 만큼 주춤하자 잇따라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이오닉5는 지난 해 4월부터 11월까지를 기준으로 잡고 1년 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2% 가량 줄었습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에서는 주요 전기차 5개 모델 시세가 16~20%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테슬라가 국내 신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낮춘 여파라는 게 헤이딜러 측 설명입니다.

테슬라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추면서, 값이 내리기 전에 차를 산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값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맞물리면서, '전기차 거품론'마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이 21만1300여 대 팔리며 1년 전보다 14.3% 늘어난 데도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테슬라가 점수 깎아먹는 것을 장기적 관점의 기회로 삼겠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차 화재 공포감 의식해 전기차 충돌 시연
갈대 같은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회의감이 시장을 휩싸는 가운데, 현대차가 전기차 충돌 시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아이오닉5가 시속 64킬로미터로 달리다 벽을 들이받았는데 불은 나지 않았습니다. 문도 잘 열렸습니다. 과거 일부 전기차에서 불이 났을 때 전력 공급이 끊겨 문이 안 열린 탓에 운전자가 숨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현대차 측은 "전기차는 충돌 사고 발생 이후 문 잠금이 제대로 해제됐는지 늘 확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가 나더라도 전기 공급 여부와 상관없이 수동으로 차량 문을 열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불을 끄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불이 더 나는 건 아닙니다. 국내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44건, 전기차 대수는 39만 대입니다. 1만 대당 1.13건 꼴로 불이 난 셈이고, 1만 대당 1.89건인 내연기관보다 낮습니다.

다만, 불이 나면 끄기가 힘들고 삽시간에 번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배터리 내부의 불꽃까지 물이나 소화액이 침투하기 어려워 끄기가 쉽지 않고, 물을 평균 20톤 넘게 뿌려서 식힐 수밖에 없습니다.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불을 못 끈다고 보는 게 맞는데다, 손잡이를 잡기도 까다롭다보니 급박한 상황에서 밖에서 문을 열기 여의치 않을 공산이 큽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지만,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 화재 우려에 인프라 부족까지 겹쳐 소비 심리는 더 쪼그라들 수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는 20만5천여 대고, 전기차 누적 대수는 38만 대입니다. 전기차 한 대당 충전기가 0.6기에 불과한 셈입니다. 어째 전기차를 사야 할 이유보다 사지 않을 이유를 대기가 더 쉬워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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