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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빨리 받는다…현대차 '득이냐 실이냐?'

SBS Biz 신성우
입력2023.01.06 16:36
수정2023.01.09 09:15


A 씨는 최근 현대자동차 대리점으로부터 출고 대기 중인 제네시스 G80을 곧 인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초 올해 여름쯤 인도가 예정돼 있었는데, 대기 기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대리점은 A 씨에게 최근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많아져 출고 순번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최근 출고가 앞당겨졌다는 게시글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를 예상했는데, 곧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순번이 당겨졌다 등의 내용입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지난해 초 대비 3배 가까이 뛰면서 구매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예약을 취소함에 따라 생기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1월 납기표에 따르면, 사전 예약만 약 11만대로 인기를 모으던 그랜저는 지난달 대비 납기일이 1개월 단축됐고, 아이오닉6 역시 2개월 줄었습니다.

최대 30개월을 기다리라던 제네시스 GV80의 경우 18개월로 줄며, 출고 대기 기간이 거의 반토막났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개선 효과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그만큼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갈 길이 바쁜데…예약 취소 뼈 아프다
기약 없는 출고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단축된 대기 기간에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긴 출고 대기 기간에 반발하던 고객들의 불만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기 기간 때문에 계약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신규 유입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68만8884대를 판매했습니다. 전년 대비 5.2%나 감소했습니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확대와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내수 판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중이 큰 해외 시장의 판매가 전년 보다 늘며 양호한 판매 실적을 거뒀지만 사실상 독점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은 뼈 아픕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신발끈을 더 조여 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년 대비 내수 판매가 부진했음에도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올려 잡은 것입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약 73만대의 내수 판매 목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올해 국내 시장에서 약 78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 출시 예정인 2세대 코나 EV와 약 100만대로 알려진 출고 대기 물량(백오더) 등을 믿겠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지난해 내수 판매량 보다 약 10만대를 더 팔아야 합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4일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며,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연방준비제도의 입장이 재확인됐습니다.

기준금리가 당분간 상승함에 따라 자동차 할부 금리 역시 꾸준히 오를 전망입니다.

현대차로서는 아직 수요가 쌓여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금리 부담에 예약 취소는 더 늘고, 출고 대기 기간은 더욱 짧아질 것입니다.

내수 판매 목표를 올려 잡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현대차의 올해 갈 길은 멀고 험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가 끝나는 시점에 현대차가 내수 판매를 늘리며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음을 입증할 지, 아니면 '예약 취소'라는 파도를 현대차 마저 넘지 못할 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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