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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인구가 줄면 집값 하락?…'글쎄'

SBS Biz 정광윤
입력2023.01.05 13:58
수정2023.01.08 20:59

"인구도 줄어드는데 이렇게 집값 비싼 게 말이 되냐"
집값 관련 기사에 종종 달리는 댓글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총인구는 줄고 있습니다.
 

2020년 5천184만명에서 2021년 5천174만명으로 10만명(0.17%)가량 줄었습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가 안됐지만 5천163만명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감소폭이 더 가팔라질 텐데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당연한 이치죠.

그렇다면 인구감소가 정말로 집값 하락에 영향력을 미치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앞으로 10~20년까진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다시 강조 드리자면 집값이 안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떨어져도 인구 때문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인구는 줄어도 가구 수는 늘고 있다
집은 한 명당 한 채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 가구당 한 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일반가구 수는 지난 2019년 2천만가구를 돌파해 2021년엔 2145만가구까지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영향입니다.

2020년 664만가구에서 이듬해 716만가구로 50만가구 넘게 늘었습니다.

다만 혼인이 줄면서 2인 이상 가구는 2020년 1428만3천가구에서 7백가구정도 소폭 줄었습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에서 청약을 넣는 등 집을 사는 주체는 주로 신혼부부 등 최소 2인 이상 가구였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도 2인 이상 가구가 줄어든다면 주택 수요가 줄지 않을까?

그렇게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1인 가구는 주로 '총각시절 한때' 적당히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1인 가구도 남은 평생 혼자 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자가 보유 비중은 2019년 30.6%에서 2020년 34.3%로 늘었습니다.

1인 가구 평균 주거면적도 2018년 44㎡에서 2020년 46.2㎡로 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 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1인 가구가 주택매매 시장 수요자로 편입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하는 주거환경의 질도 높아졌고, 투자상품으로서도 집을 원한다"는 겁니다.

이미 정부는 이런 경향을 반영해 최근 1인 가구를 위한 '미혼청년 특별공급'을 새로 도입하기까지 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도 이처럼 1인 가구를 포함해 늘어난 가구들이 '내집마련'을 원한다면 주택 수요는 계속 유지되는 셈입니다.

줄어드는 인구가 다 수도권에 몰린다
최근 몇 년간 높은 집값에 대한 원성이 터져 나온 곳은 무엇보다 수도권입니다.

재작년 지방 아파트값이 10% 남짓 오를 때 수도권 아파트값이 16% 넘게 올랐습니다.

인구감소로 집값 떨어지는 걸 체감하려면 무엇보다 수도권의 수요가 줄어야 하는데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서울·경기·인천 총인구는 2021년 2천608만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천명이 늘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지방은 이미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2021년엔 2천565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가량 줄었습니다.

전체 인구 가운데 수도권 인구 비중은 지난 2019년 50%를 처음 돌파한 뒤 매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도 다 수도권에 산다면 수도권 주택 수요는 그대로인 셈입니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이미 선행연구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도쿄대 마쓰다 히로야 교수는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일본의 1800여개 지자체 가운데 절반이 2040년까지 인구 감소로 소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핵심은 지방 인구가 줄면서 생활기반 인프라가 부실해지고, 남은 인구가 도쿄 등 대도시 인근으로 몰리면서 높은 집값과 물가가 유지된다는 겁니다.

결국 대도시에 사는 젊은 층은 비싼 집값과 물가에 아이를 못 낳는 악순환이 벌어지면서 최종적으론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결론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수십년 혹은 백년 뒤 우리나라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시점이 오기까지는 수도권, 특히 서울엔 높은 인구밀도와 주택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앞으로 20년간은 인구감소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40년 뒤 집값을 예상하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주택 보유기간은 10년 정도입니다.

길게 잡아 20년까지 내다보고 집을 산다고 할 때, 그때까지  인구감소 폭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만큼 클지가 관건입니다. 

앞서 말했듯 지난 2020년 기점으로 인구가 줄고 있지만 인구감소는 직선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던진 조약돌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2040년까진 20년간 164만명이 줄면서 5천만명선을 유지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그 뒤로 2050년까지 10년간 283만명 줄고, 2060년까지 10년간 474만명이 줄면서 하락폭이 급격히 확대됩니다.

이 말인즉슨 인구감소에 따른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좀더 걸린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인구 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소비 등 경제활동 위축은 빠르면 10년, 늦으면 20년 뒤부터 체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주택시장의 경우는 좀 더 늦어질 수 있다"며 "주택 구매 연령대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10~20년은 걸린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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