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Bio 포커스] HLB, 임상 3상 성공했다면서…또 임상하는 사연

SBS Biz 이광호
입력2023.01.05 12:25
수정2023.01.05 16:16


HLB그룹의 관계사 HLB테라퓨틱스는 최근 미국 계열사 '리젠트리'가 '신경영양성각막염'이라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임상 3상 결과를 SCI급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의미인데, 회사는 두 번의 추가 임상을 또 예고하고 있습니다. 임상 3상을 성공해 놓고도 추가 임상에 나서는 건 치료 범위를 확대하거나 허가 국가를 확대하려고 할 때 주로 시도되는데, 이는 보통 앞선 임상을 진행했던 국가의 허가 절차를 밟으면서 함께 시도됩니다. 임상 3상만을 다시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론 흔치 않습니다. 

혹시 발표된 임상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가, 자세한 임상 결과를 취재했습니다. 결과가 발표된 임상 3상은 'SEER-1'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수행됐고, 약품의 이름은 'RGN-259'였습니다. 이 약과 위약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이 이뤄졌고, 투약 4주차에 '각막의 완전한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을 진행했습니다.

임상 3상, 실제로 '성공적'
[RGN-259 임상 3상 논문]

임상 결과는 실제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투약 4주 후 위약에선 12.5%의 환자가 완치됐지만 2주 뒤에 재발한 반면, RGN-259는 60%의 환자가 4주 후 완치됐습니다. 치료를 중단하고 2주 뒤엔 50%의 환자가 완치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임상의 성공을 계산하는 이른바 'P값(카이제곱)'은 4주차를 기준으로 0.04, 6주차에는 0.0186까지 떨어졌습니다. 보통 0.05 이하를 유의미한 결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임상에서 RGN-259를 투여받은 환자는 10명,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는 8명에 불과해, 3상이라기엔 초라한 환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HLB그룹 관계자는 "당초 46명을 계획했지만 환자 모집 상의 문제로 18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환자 모집에 실패하면서 급하게 임상을 추가한 건 아니라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HLB그룹 관계자는 "안과관련 질환은 기준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면서 "미국 FDA는 통상 3회 정도의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허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희귀병인데…경쟁 약물도 있어
이에 따른 2번째 임상(SEER-2)은 미국에서, 3번째 임상은 유럽에서 진행됩니다. 현재 2번째 임상의 진행 기관을 선정하는 단계로, 모집 환자 수는 현재 70명으로 공지돼 있지만 추후 변경 확정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습니다. 

안과 질환이라도 흔한 병이었다면 대규모 임상이 이뤄졌겠지만, 이 치료제의 대상 질환인 신경영양성각막염은 희귀병입니다. 미국 내 유병률은 환자 10만 명당 21.34명으로 추산돼, 미국 내 전체 환자도 6만여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희귀병 치료제를 만든다는 건, 만든 이후에도 약을 살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다른 방식의 기존 치료제가 이미 시장에 있기까지 합니다. 지난 2018년 FDA 승인을 받은 '옥서베이트'로, 이 치료제는 65~72%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가격은 8주 치료에 10만달러, 약 1억3천만원으로 매우 비싼 편입니다. 
 
[2018년 허가된 '옥서베이트' (자료=옥서베이트 유튜브 갈무리)]

HLB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치료제와 직접 비교 임상을 벌인 적은 없지만, 기존 치료제의 효능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HLB테라퓨틱스는 개발 중인 치료제가 승인된다면 옥서베이트에 비해 더 좋은 효능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18명에게서 관측된 긍정적인 결과를 이후 임상에서도 계속 내면서, 기존 치료제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게 향후 이 치료제 성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광호다른기사
국민연금, 연금개혁 앞두고 '싱크탱크' 뜯어고친다
이 시각 주요 뉴스